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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최승자의 '고요한 사막의 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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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 다리 위에서 삼십 세의 인생은 눈이 멀어 헤맨다./지하도에서 빠지고 육교 위로 불려가고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랑은/어질어질하므로 황홀하다. 철새는 날아가고, 사회적 문화적
 애인은 비명횡사한다. (......)//한참 걸어가다 보면 멀쩡한 두 발이 헤진 신발짝으로 변하고/평생토록 내가 끌던 소달구지에 이제 내 시체가 실려 나갈/고요한 사막의 나라가 아닌 곳으로.//그러나 모래의 고장에선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는 법, 언제나/있는 것만 있고 없는 것은 없다./보이지 않게 먼지들은 하늘 끝까지 쌓여가고/한밤이 지나도 다른 한밤은 오지 않는다./사람들은 무덤 속에서 뜬눈으로 돌아눕고/새벽은 법에 걸려 돌아오지 못한다./우리들의 발은 일 피트 높이에서 영원히 땅에 닿지 못하고/오른손은 영원히 왼편에 닿지 못한다.//(그리고 고요한 사막의 나라에선 세월이/흘러가는 게 아니라 앞에서 쳐들어 온다./야비하게 복병한 죽음을 싣고서.)

최승자의 '고요한 사막의 나라' 중에서

■ 이 유창함, 혹은 이 유장함 앞에서 나는 잠시 입을 벌리고 바라본다. 조선시대 시인 이옥봉을 바라보는 사내들이 이랬을까. 널찍하고 통렬하며 흔쾌하고 천연덕스럽다. 우주의 실마리를 잡고 당기는 투명한 비단너울 저쪽의 풍경, 나는 흘러가던 삶과 죽음의 의문스러운 맥락 한 가닥에 걸려 나뭇잎 한 장처럼 팔락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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