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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샐러리맨 신화'를 기대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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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방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1987년 중소기업 말단 영업사원으로 사회 첫발을 뗀 청년이 있었다. 탁월한 영업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 청년은 4년 후인 1991년 홀연히 사표를 내던지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4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직원 6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훗날 삼성ㆍ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샐러리맨 신화' 주인공의 대표주자인 박병엽 팬택 부회장 얘기다. 박 부회장의 사임 소식은 결국 샐러리맨 신화의 침몰을 의미한다. 게다가 신화의 침몰은 단편 드라마가 아니다. 박 부회장에 앞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샐러리맨 신화'라는 드라마에서 씁쓸하게 퇴장했다. 윤 회장은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 세일즈맨으로 출발했고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대 샐러리맨의 전설이자, 월급쟁이들의 희망으로 추앙받던 3인방이 모두 좌초했다. 2008년 유럽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침체의 여파, 급변하는 시장 판도의 불확실성, 취약한 재무구조 등 쌓였던 악재에 결국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들의 퇴장으로 국내 재계 순위 50위 내 중 창업 1세대 기업은 미래에셋 단 한 곳만 남게 됐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51개 대기업집단 중 범 삼성(삼성ㆍCJㆍ신세계ㆍ한솔), 범 현대(현대자동차ㆍ현대중공업ㆍ현대ㆍ현대백화점ㆍKCCㆍ한라ㆍ현대산업개발), 범 LG(LGㆍGSㆍLS), SK, 롯데, 범 효성(효성ㆍ한국타이어) 등 6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59.5%에서 67.7%로 확대됐다. 이 시기 샐러리맨 신화 3인방이 좌초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칫 이들 그룹의 흥망성쇠에 국가 경쟁력이 갈릴 수 있다. 산업 생태계에선 한 기업의 흥망성쇠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국가 산업 구조까지 흔들린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샐러리맨 신화 3인방의 추락에도 또 다른 신화가 이어지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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