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록이 놀라운 것은 먼저 상어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보호망 없이 이룩한 것인 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물 밖에 나오지 않고 수영한 것이다. (장거리 수영에서는 식사나 건강 체크를 위해 보트에 잠깐 올라갔다 다시 수영하는 소위 '단계적 수영'도 기록에 포함된다.)
제대로 된 실패라 하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경험을 쌓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제대로 된 실패가 아니다. 제대로 된 실패란 적당히 실망하고 좌절해서 뭔가 고쳐보겠다 깨닫는 정도가 아니라 그 충격과 파장이 너무나 근원적이어서 도저히 고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그런 차원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실패는 그로부터 일부러 배우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배워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내포한 것이다.
최근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에서 '성실 실패 (honorable failure)'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기본 취지는 진취적인 연구 목표를 향해 열심히 연구했으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경우 평가에 있어 불이익을 면하게 해주는 것이다. 도전적인 연구일수록 불확실성이 더 크기 때문에 성실 실패를 용인함으로써 연구자들이 더 독창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문제는 성실 실패와 불성실 실패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이다.
성실 실패 제도가 그 취지대로 운영되어 의욕적인 연구자들이 마음놓고 모험적인 연구를 시도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 평가자나 평가기관이 '적당한' 실패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제대로 된' 실패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거꾸로 되면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미명 하에 설익은 연구프로젝트가 급조되어 아까운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정작 달팽이가 언젠가는 바다를 건널 것이라는 거대한 믿음과 끈기로 지식과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연구는 여전히 요원할 것이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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