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에는 송강호와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 조정석 등 스타들의 뛰어난 연기가 밑받침 됐겠지만, 관상이라는 소재로 조선시대의 한때를 재해석해내는 의도와 구성이 한몫하는 것 같다. 천재 관상가가 계유정난 속에 단종을 지지하는 김종서와 세조가 될 수양대군 사이에서 인생과 미래를 읽어내고 또 그에 휘둘리는 묘미를 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에 매몰돼 큰 흐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회한을 그 말로 대신한다. 많은 영화 관람객들이 이 대사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는 데 공감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셈이다. 이런 과오는 많은 이들이 겪는 일상사 중 하나여서다. 치열하게 살아가고는 있으나 큰 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수많은 변화상을 일일이 지켜보면서도 뒤늦게 원인을 파악하기 일쑤이다.
논점을 산업으로 돌려본다면 이렇게 풀이가 가능해진다. 일감은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지며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건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 부흥기에 대표적인 산업이었던 시절은 한참 과거지사다. 각종 사회ㆍ환경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부담 요소는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권익찾기로 인한 리스크는 커져간다. 과거의 상념에 빠져있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되돌아볼 것이 큰 흐름이다.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읽고 대처해야 송강호처럼 시대의 뒤안길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겠다. 과연 건설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큰 흐름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의 5.9%인 11조8924억원을 연구개발(R&D) 투자로 썼다. 이에비해 상위 20개 건설사의 R&D 투자비를 모두 합쳐보니 1962억원이다. 워낙 기업규모에 차이가 있어 금액으로 따지면 초라할 수밖에 없으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으로 살펴봐도 차이가 많다. 2011년의 2.70%보다 줄어든 2.51%였다. 연구인원은 915명으로 1년 전보다 915명 줄었다. 매출액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건설 기업들의 현주소다. 이는 변화를 읽어내고 선도하지 않으면 영화 '엘리시움'의 신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로 서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읽어낼 혜안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가 절실하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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