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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파도 일으키는 바람을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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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약 700만명이 영화 '관상'을 봤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 가족들이 단체로 이 영화를 보는 바람에 하루 100만명의 관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고향을 찾았거나 찾지 않은 주변 지인들 중 상당수도 가족 단위로 즐겼다 하니 영화 강국의 대작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흥행 성공에는 송강호와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 조정석 등 스타들의 뛰어난 연기가 밑받침 됐겠지만, 관상이라는 소재로 조선시대의 한때를 재해석해내는 의도와 구성이 한몫하는 것 같다. 천재 관상가가 계유정난 속에 단종을 지지하는 김종서와 세조가 될 수양대군 사이에서 인생과 미래를 읽어내고 또 그에 휘둘리는 묘미를 준다.
신의를 지키려다 아들을 가슴에 묻게 된 관상쟁이 송강호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파도를 보며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그 사람의 관상만 보았지, 시대를 보지 못했다.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했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건만…."

시시각각 변하는 현상에 매몰돼 큰 흐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회한을 그 말로 대신한다. 많은 영화 관람객들이 이 대사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는 데 공감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셈이다. 이런 과오는 많은 이들이 겪는 일상사 중 하나여서다. 치열하게 살아가고는 있으나 큰 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수많은 변화상을 일일이 지켜보면서도 뒤늦게 원인을 파악하기 일쑤이다.

논점을 산업으로 돌려본다면 이렇게 풀이가 가능해진다. 일감은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지며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산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건설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 부흥기에 대표적인 산업이었던 시절은 한참 과거지사다. 각종 사회ㆍ환경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부담 요소는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권익찾기로 인한 리스크는 커져간다. 과거의 상념에 빠져있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설사들은 그래서 너도나도 수주에 열심이다. 건설업을 자전거 라이딩으로 비유하는 연로한 CEO의 얘기를 차치하더라도, 어떤 산업이든 일감을 따내지 못하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일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처절하다. 많은 CEO가 퍼스트 클래스에 몸을 싣고 폼나게 해외 현장을 찾지만, 그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간다는 뒷얘기들은 너무 흔하게 듣는다. 일감을 확보하면 곧 수익을 챙기는 것이란 말은 철 지난 유행가일 뿐이다.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어떻게 원가가 상승할지 알 수 없어 원가관리에 좌불안석이다. 돈을 쥔 발주처들은 갈수록 영리해지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되돌아볼 것이 큰 흐름이다. 파도를 만드는 바람을 읽고 대처해야 송강호처럼 시대의 뒤안길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겠다. 과연 건설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큰 흐름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의 5.9%인 11조8924억원을 연구개발(R&D) 투자로 썼다. 이에비해 상위 20개 건설사의 R&D 투자비를 모두 합쳐보니 1962억원이다. 워낙 기업규모에 차이가 있어 금액으로 따지면 초라할 수밖에 없으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으로 살펴봐도 차이가 많다. 2011년의 2.70%보다 줄어든 2.51%였다. 연구인원은 915명으로 1년 전보다 915명 줄었다. 매출액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건설 기업들의 현주소다. 이는 변화를 읽어내고 선도하지 않으면 영화 '엘리시움'의 신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로 서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읽어낼 혜안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가 절실하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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