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와 정치권이 제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말한 대로,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국회가 의결한 것이었다. 또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무상보육과 같은 복지 정책은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그러나 서울시도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포퓰리즘적으로 다루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서울시 1년 예산의 1%도 안 되는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해결될 문제를, 서울 시내 전체에 플랭카드를 내걸고 버스ㆍ지하철 곳곳에 홍보물을 붙이는 등 '이슈화'시켰다. 덕분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의 이미지는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크게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산집행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는 지금처럼 무상보육 예산을 일단 지자체가 임시 변통해 집행한 후 모자라는 것을 선심쓰듯 특별교부세 형식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지자체는 반대로 가뜩이나 줄어드는 세수로 적자를 보게 될 판이니 중앙 정부의 부담을 늘려달라고 맞서고 있다. 조율이 되지 않는 한 내년 이맘 때에도 이번과 같은 무상보육 예산 갈등은 또 다시 재현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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