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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팍스 차이메리카' 시대, 세밀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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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이 서로에게 공만 떠넘기는 지루한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동아시아에서는 오늘도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평화헌법 재해석으로 자국 밖에서 미군과 함께 작전에 나설 수 있는 '집단자위권'을 도입하려 들고 있다. 이는 물론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出雲)' 같은 새로운 공격용 무기, 미군의 F35 전투기 전개도 중국을 겨냥한 행동이다. 미국이 수직 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핵잠수함을 일본에 배치하려는 것도 대중(對中) 위협 행위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도 마찬가지다.

이에 중국은 신형 무기를 속속 선보이며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 여기서 거론되는 것이 '팍스 차이메리카(Pax Chimerica)'다.

원래 '차이메리카'란 중국(China)ㆍ미국(America)의 합성어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학 교수와 모리츠 슐라리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교수가 2007년 12월 국제경제정책 학술지에 게재한 글에서 사용한 신조어다.
차이메리카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를 의미한다. 퍼거슨과 슐라리크 교수는 세계 육지 면적의 13%, 인구의 25%,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하는 양국의 경제적 공생관계가 21세기 초 세계경제 활황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인이 소비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은 중국인이 생산하는 제품을 사준다. 이로써 중국은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이 수출에서 번 달러로 미 국채를 사주면 미국은 이로써 날로 느는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었다.

현재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전략질서는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현상유지조차 아슬아슬하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미 군사기지와 미국ㆍ일본, 미국ㆍ한국의 동맹을 우려한다. 이에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힘의 균형이 이뤄지려면 중국은 전략상 미국과 동등한 힘으로 공존해야 한다는 게 팍스 차이메리카다.

호주 국립 대학의 휴 화이트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려면 미국은 전략적 '지상권(至上權)'을 포기하고 동아시아에 배치한 전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체제 아래서는 미국과 중국의 권력분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미ㆍ중 전략회담에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대미 '신대국 관계'를 제시했다. 중국은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지 않겠으니 미국도 중국의 대만 문제, 남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미ㆍ중 정상이 캘리포니아주 휴양지에서 신대국 관계를 위한 전략적 협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력, 인권 같은 민감한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고급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 해제,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세계 제2의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대미 충돌 가능성은 높아졌다. 따라서 양국은 충돌을 피하려면 상호 신뢰가 절대적이라는 데 공감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이론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학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다행인 것은 미국과 중국에 서로 소통할 의사가 있다는 점이다.

차이메리카가 반평화적인 기류로 흐르면 한국이 가장 먼저 어려워진다. 이에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민 모두가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의 조언은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동맹강화를 의미한다. 이도 틀린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정교한 논리와 세밀한 전략이 절실한 때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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