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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믿을 것은 주머니 속 달러뿐

최종수정 2020.02.01 23:10 기사입력 2013.08.29 11:29

박희준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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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통화인 루피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거의 매일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추락 속도가 빠르다. 20년 만에 외환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루피 가치는 이미 땅을 뚫고 내려갔다. 1달러에 67루피선까지 내려갔다. 일각에서는 70루피 혹은 75루피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나왔다.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잘될 수도 있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수입물품 가격을 올려 물가를 치솟게 해 '없는 자'를 괴롭힌다. 루피는 후자 측면이 강하다.
루피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요, 다른 하나는 인도 자체의 문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시사한 5월 이후 미국 자본은 신흥시장 탈출을 시작했다. 양적완화로 3조9000억달러 이상의 외화가 신흥국으로 몰려들며 주가와 채권,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신흥국들은 자기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다.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래서 흥청망청 썼다.

부족한 돈은 빚을 내 썼다. 인도의 경상수지적자는 지난 회계연도에 국내총생산(GDP)의 4.8%인 882억달러였다. 올해는 700억달러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 가능성은 낮다. 착각이 깨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4년이면 족했다. 루피를 비롯한 신흥국 화폐는 양적완화 축소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피땀 흘려 쌓아 둔 외환보유고가 있었기에 그나마 버텼다. 신흥국 보유고는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인도는 국채 발행,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등 보유고 확충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91년식의 외환위기는 없다지만 빈말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인도는 달러의 귀환, 달러의 신흥국 탈출이라는 도도한 물결이 처참하게 초토화시킨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신흥국들은 체면 구기고 미국에 도와달라고 읍소했지만 망신만 당했다.

지난 22~24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준비은행 연례 컨퍼런스인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은행장은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정책의 1차 목표"라고 못 박았다. 그는 "신흥시장 변동성을 근거로 정책을 입안하지 않는다"고 자르듯 말했다.

부인하고 싶지만 미국은 '절대 갑'이요 신흥국은 '절대 을'임은 하나의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신흥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경제기초여건이 좋다는 식의 발언을 해 봐야 소용없다. 1990년대 말 한국의 외환위기에서 효용성이 없음은 이미 판결났다.신흥국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그동안 해 온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바로 외환보유고를 쌓는 일이다. 미국 언론들이 중국의 국가부채를 들먹이고 있지만 중국 위안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3조5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위력이다.

한국이 3300억달러, 브라질이 3740억달러 등 신흥국들은 저마다 적지 않은 외환보유고를 쌓아 놓았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막대한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있다는 지적 역시 맞는 말이다. 이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것까지 대비하려면 더 쌓아야 한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위기를 당해 비싼 금리를 주고 돈을 꿔다 쓰고 국민 혈세로 키운 회사를 파는 것보다 낫다. 더욱이 주식과 채권, 외환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운용자산 규모에 견줘 보면 신흥국의 보유고는 새 발의 피다.

적정 외환보유고가 얼마라느니, 수익도 나지 않는데 더 쌓아 봐야 뭣하느냐는 식의 논란은 금물이다. 그것은 신흥국을 파멸시키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감언이설이요 경계 대상이다. 믿을 것은 주머니 속 달러뿐이다.


박희준 선임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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