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조기유학 붐으로 인해 시작된 기러기 아빠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이미 국어사전 '훈민정음'에 수록되었고, 국립국어원 '2002년 신어 보고서'에도 신조어로 포함되어 있으니 '기러기 가족'은 당당한 보통명사로 한국 사회에 자리잡고 있다. 그 숫자도 53만가구로 추산된다니 기러기 가족은 이미 가족의 한 형태가 아닌가.
일본인은 자녀를 위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유일하게 중국인은 그럴 수 있고 중국에도 기러기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다만 중국인의 경우 앞에서 분류한 정의에 따르면 독수리 아빠에 가깝다. 미국 방문비자 취득이 지극히 까다로워 돈 있는 중국인 아니면 자녀의 미국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순수하게 펭귄 형, 또는 기러기형 가족은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에서 기러기 가족은 지극히 한국적 현상이다.
그러나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부를 쏟아부으면서 조기유학과 영어교육을 위한 기러기 아빠가 성과가 있을지는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기러기 아빠가 한국의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시키고 싶다는 소박한 일념에서 시작되었다면 그건 착각이다.
미국에 입시경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자녀를 아이비리그에 보내려는 미국인들은 초등학교부터 관리에 들어간다. 미국 중산층 엄마도 학교성적, 과외활동 등을 관리하는 맹모 생활을 한다. 그리고 '하버드 맘(엄마)', '스탠퍼드 맘' 같은 자녀 자랑을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판에 붙이고 다닌다.
경제학에 '밴드왜건 효과'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을 지칭한다. 연 10조원의 국부를 투입하고 50만명의 자발적 이산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 기러기 가족의 비용과 교육성과라는, 투입과 산출의 냉정한 경제학적 계산을 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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