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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걸린 스님의 목숨을 살린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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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 뒤 삶 포기한 송정스님, 담당의사의 “포기 말라, 수술 받아야” 전화에 새 삶 얻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그때 전화벨이 한번만 울리고 말았다면 머지않아 삶을 마쳤겠지요.”

신장암 판정을 받고 조용히 삶을 마감하려 했던 여승의 마음을 돌려놓은 의사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신장암수술을 받은 송정스님.

신장암수술을 받은 송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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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있는 원통사의 송정(65) 스님은 지난 6월초 옆구리 통증과 소변에 피가 섞여나와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나이가 들어 그러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는 의외로 신장암이란 진단이 나왔다.

스님은 신장암이란 말을 듣는 순간 기나긴 한숨과 함께 마음의 평정심을 잃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한 끝에 스님은 자신으로 인해 여러 지인들에게 마음의 짐을 지어주는 것보다는 조용히 혼자 한적한 섬으로 들어가 요양하면서 삶을 마감하려 했다.

더 이상 병원을 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예약된 검사를 모두 취소해버렸다.

그러고 며칠 후 스님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 온 전화여서 받지 않았지만 벨 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자 담당의사인 김홍욱 교수의 다급하고 애절한 음성이 들렸다.

“스님. 다른 곳에서라도 수술 꼭 받으세요. 필요하다면 모든 자료를 복사해드릴께요”

김 교수의 간곡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동안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러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다.
송정스님이 수술 뒤 김홍욱 교수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송정스님이 수술 뒤 김홍욱 교수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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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리 외롭지만은 않구나. 누군가 붙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김 교수는 외래진료 때 느낀 직감이 있어 스님이 검사를 취소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권한 것이다.

김 교수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꾼 스님은 지난 7월말 신장암 절제술을 받았다.

스님은 김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을 글로 담아 김희수 건양대 총장에게 감사편지를 보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다.

한편 송정스님은 수술 후 곧바로 퇴원, 통원치료 중이며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다.

다음은 송정 스님이 김희수 총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
명곡선생님 안녕하세요? 비구니 송정입니다.
건양의 품에 몸을 맡긴지 5일째 되는 이른 아침, 창밖을 바라보는데 어느 한 삶이 마침표를 긋고 영면의 세계를 향해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바람은 어느 곳에서 불어오는지 모르는데 살폿 부는 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한 생을 싣고 떠나는 영구차를 바라보며 비구니 한 사람이 다시 살게 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2013년 6월8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암 선고.
암이라 하면 곧 죽는다는 의미로 알고 살아오며 남의 얘기로 알고 있었는데...
6월11일부터 건양에서 다시 확인받는 절차를 거치는 동안 암병동에 주차를 하고 비뇨기과 순번을 기다리며 김홍욱교수님과 상담을 하는 발걸음들...
수 만 번 지옥 속 자신과의 싸움을 하였습니다.
승려라는 허울을 쓰고 가식으로 의연하려 했겠지요.
어느 때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무의식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 사람 괴롭히면서 구차하게 사느니 머언 섬 같은 곳으로 떠나서 있다가 고통이 시작되면 그냥 떠나리라. 결심하고 병원의 최종 검사예약을 취소했습니다.

운전을 하고 돌아가는데 무중력상태 속에 한 점으로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 망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지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이란 건 알았지만 받을 수가 없었지요. 한참 후에 또 울렸습니다.

김홍욱 교수님이 직접 하셨는데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셔야 합니다. 꼭 하셔야 합니다. 어디 다른 곳에 가서라도 하세요, 포기하지 마십시오! 모든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나 오라버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도 그리 외롭지만은 않구나. 기다리고 있었던가 봅니다. 누군가 붙잡아주기를…”

중생일뿐이었습니다. 65년을 살아온 중생일뿐이었습니다.

그후 교수님은 믿음과 위안을 주셨는데 눈빛에서 얼굴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은 그 자신이 느끼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에서 나오는 겸손과 자긍심일 것입니다.

그분을 만나면서 믿음이 생기고 다시 살기로, 새 삶을 살아보기로 그 분께 의지하고 부탁했습니다. 수술하기로 결정한 후에 수술 중 생길 수 있는 여러 의료사고를 알려주셨고 약속 아닌 약속을 지켜내셨습니다.

명곡 선생님
의술은 인술인데 진정한 인술을 펴고 계시는 분이 김홍욱교수님인가 싶습니다. 기술자가 아닌 인술을 펼 수 있는 인성을 가진 이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한의사의 딸로 자라면서 많은 생명을 구하는 아버지를 보고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의사는 개개인 환자의 마음을 읽어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술이다.”
가고 아니 계신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를 닮은 교수님과 명곡선생님이 계서서 행복합니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시고 인술을 펴시는 명곡선생님
부디 건강하시어 건양의 홍복이 온 누리에 퍼지길 빕니다.
두서없이 올린 제 생각들을 혜량하여 주시고 다시 살아난 비구니의 감사를 받아주심을 큰 기쁨으로 알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명곡 선생님

2013년 8월2일
나무관세음보살 송정 합장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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