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대표 낙농기업 폰테라가 만든 유청단백질이 신경독소 박테리아 '보툴리누스균'에 오염돼 중국이 뉴질랜드산 분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다른 외국계 분유, 음료업체들이 잇따라 의심 제품 리콜을 실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문제가 된 유청단백질을 사용한 영국산 분유 제품이 리콜 됐다. 영국 카우앤드게이트는 자사의 3단계 유아성장촉진용 분유 8만2000통을 홍콩과 마카오에서 리콜한다고 5일 밝혔다. 회사는 박테리아 오염 의혹을 받는 뉴질랜드 폰테라로부터 공급받은 일부 원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브랜드들이 잇따라 리콜 선언을 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중국 언론들은 앞 다퉈 외국산 분유에 날 선 비판을 하며 중국 분유업계 끌어올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외국 브랜드를 절대적으로 믿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뉴질랜드산 분유 파동은 중국 업체들의 회생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분유업계는 지금이 수입산에 뺏긴 시장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유제품 판매량은 2011년 보다 66% 증가한 4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지난해 10억5000만달러어치 유아 관련 식품 성분을 수입했다. 2007년 수입량의 4배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 분유업계가 2008년 멜라닌 분유 파동의 오명을 벗고 이번 기회를 이용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서 수입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중국산 보다는 좋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는 이날 중국 부모들이 이번 사태를 겪은 후에도 여전히 중국산 분유보다는 수입 분유를 선호하고 있다는 실태를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수퍼마켓에 들른 IT 전문가 막스멍은 "사려는 분유 제품이 3년 전 곤충 일부가 발견돼 리콜 조치됐던 수입산이지만 사건 이후 생산과 품질 검사가 더욱 강화됐을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내 아들을 위해 국산 분유를 고르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왕슈홍은 "손자에게 먹일 분유를 고르고 있는데 미국산이나 독일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9월에 미국에 놀러가게 되면 분유를 대량 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회사 스미스스트리트솔루션의 로빈 케라와라 파트너는 "이번 분유 파동이 뉴질랜드 낙농업체들에게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산 브랜드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