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는 연구개발사업의 통합운영 제도인 FP7을 통해 뇌신경과학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9년 기준 연간 300억엔 정도가 뇌 분야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이러한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뇌연구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2009년 기준으로 총 610억원을 뇌과학 연구에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의 164분의 1, 일본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국내 뇌과학 연구 환경과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17년까지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으로 총 9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뇌과학 분야도 기초과학 부문으로 중점 지원 대상이 돼 보다 활발한 연구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한 세계 수준의 연구센터 사업을 통해 뇌의 비밀을 밝혀 줄 광유전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비교적 근래에 각광받고 있는 광유전학은 밤하늘의 별빛이 별의 위치, 온도, 주변 다른 별들의 존재 여부를 알려주듯 생명체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데도 빛을 이용하려는 시도다. 빛 자극의 파장에 따라 각각 다른 신경세포가 반응하기 때문에 이 성질을 이용해 특정 파장의 빛으로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뇌의 기능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광유전적 유전자생쥐를 제작해 뇌의 회로를 분석하는 데 용이하게 만들었고, 신경망 맵핑 기술에 활용하여 뇌지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광유전학은 기초ㆍ원천 분야의 뇌의 기능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기능이 저하된 근육 능력의 복구, 신경세포 손상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중풍, 척추 손상 등의 환자에도 이용될 수 있으며, 시력장애인들의 시력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연구 분야는 그 성과에 따라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와 파급력이 큰 분야다. 우리가 지금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과 경쟁하며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국내 뇌과학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시급하고도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창준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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