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서도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도 겪고 있고 삼성전자도 곧 겪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발빠른 대응은 삼성전자에 새로운 성장기를 가져다 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에 이어 스마트폰서도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애플과 유일하게 세계 시장에서 맞상대 할 수 있는 회사, 일본 전자업계를 초토화 시킨 회사가 됐다. 달라진 위상만큼 삼성전자 내부도 급격하게 변했다.
이들 상당수는 갤럭시S4와 경쟁한다. 똑똑한 하나를 만들기 위해 투입됐던 자원이 평범한 여러종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기 시작했다. 과거 피쳐폰 시대의 전략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삼성전자는 다시 평범해지고 있다. 세계 시장 1위가 갖게 된 '일반화의 오류'다. 평범해지고 종류가 늘어난 만큼 마케팅 비용도 증가한다.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최근 수년간 혁신으로 내세운 부분은 대부분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혁신이다. 스마트폰에서 얻은 혁신이라고 강조했던 대부분은 최첨단 부품의 지속적인 발전 때문인 것이다.
부서지지 않고 휘어지지 않는 '플렉서블 스마트폰' 역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자체의 혁신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도 여기에 있다. 안드로이드폰 성공 이후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 사업을 후퇴시켰다. 바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하는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능을 최대한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바다를 통합시켜 새로 만들고 있는 '타이젠' 역시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너무 빨리 세계 1등을 차지한 부작용이다. 세계 1위의 경쟁자는 2위가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2분기 실적 이후 각계의 경고는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1위에 대한 안주다. 세계 1위를 차지한 뒤 2분기만에 찾아온 경고를 무시하고 안주하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적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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