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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잇속 따지기'에 '마을변호사'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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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말로 필요한 시골 마을을 지원한 변호사는 드물었고, 오히려 법률사무소가 넘쳐나는 곳엔 변호사 지원자가 수두룩하다".

이달부터 정부가 시골 마을의 법률 서비스 사각 지대 해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마을변호사 제도'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들의 행태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작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시골 마을은 외면당하는 반면 '잠재적 고객'이 많은 도심 지역 마을에는 지원이 몰렸다.
안전행정부,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일부터 개업 변호사가 한 곳도 없는 이른바 '무변촌'과 변호사를 1대1로 연결시켜 전화, 인터넷, 우편 등을 통해 법률 자문ㆍ상담을 해주는 '마을변호사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달 초 1차로 246개 읍ㆍ면ㆍ동에 414명의 변호사들이 배정됐다. 문제는 강원도ㆍ전라도ㆍ경상도 등 농촌, 어촌, 산촌이 많은 탓에 실제 개업 변호사가 한 명도 없어 법률 서비스 지원이 절실한 곳들이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66개 읍면동이 배정을 원했지만 33곳만 지원자가 있어 절반인 33곳은 미배정됐다. '심심산골'의 대명사격인 정선군의 경우 4개 읍과 5개 면 마을에서 배정을 원했지만 실제 변호사가 배정된 곳은 정선읍 1곳에 불과했다. 최전방 지역인 양구군도 4개 마을이 희망했지만 양구읍만 변호사를 배정받았고, 고성군도 지원한 5개 마을 중 읍 지역 두 곳만 배정됐다.

반면 같은 강원도라도 도시 지역은 변호사들이 몰렸다. 춘천은 4개 마을, 원주ㆍ강릉시는 각 3개 마을 등이 변호사 배정을 원해 모두 배치를 받았다. 이들 3개 도시들은 모두 법원ㆍ검찰청 등이 소재해 법률 사무소들이 이미 '넘쳐나는' 곳이다.
정선군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우리 군의 경우 개업 변호사 사무실이 하나도 없어 주민들이 상담을 받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영월ㆍ강릉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며 "이번 마을변호사 제도를 통해 서로 연결이 되서 서비스를 받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광역시ㆍ도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주로 벽지 산간 마을이 많은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희망 마을에 비해 변호사 지원자가 부족해 미배정된 곳이 많았다. 전북이 102개 희망 마을에 41곳만 배치돼 61곳이 미배정됐고, 전남도 77개 희망 마을 중 26곳만 배정되고 51곳이 비었다. 대전ㆍ충남도 43개 희망 마을 중 20곳이 미배정됐고, 대구ㆍ경북도 71개 희망마을 중 28곳만 채워져 43곳이 변호사를 찾지 못했다. 제주도도 12개 희망 마을 중 5곳을 뺀 7곳만 변호사가 배치됐다.

반면 도시 지역이 많은 곳은 미배정 지역이 드물었다. 경기는 16개, 세종시는 6개, 부산은 5개 희망 마을 모두에 변호사가 배치됐고, 인천은 21개 희망 마을 중 5곳, 충북은 27곳 중 9곳, 울산은 12곳 중 4곳, 경남은 31곳 중 10곳만 각각 미배치됐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변호사는 "잠재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게 아니면 주로 고향 출신 위주로 배치됐다"며 "실제 진짜로 법률 서비스 제공이 절실한 곳에 지원자가 몰리길 기대했었는데,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동료 변호사들이 사회 봉사의 보람과 공인으로서의 자세보다는 개인의 이해 관계에 충실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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