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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입법, 재계 긴장]"경영판단에 배임적용 자체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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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인죄보다 가혹한 기업인 범죄

형량 확대, 실형 증가땐 기업경영에 타격 불가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의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대해 기업인 범죄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범죄 처벌 강화 법안은 기업인들의 횡령ㆍ배임ㆍ공갈ㆍ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 및 집행유예를 제한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특히 관련법이 배임죄 기준의 적절성 논란과 맞물리면서 기업경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팽배해 있다.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여야(與野)를 포함해 7명이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민현주ㆍ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형량 강화를 취지로 하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이언주ㆍ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이 두 법안을 모두 대표 발의했고 관련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계류 중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의 핵심은 횡령ㆍ배임 금액별 형량 확대다. 원혜영 의원과 민현주 의원은 300억원 이상의 횡령ㆍ배임 금액에 대해 각각 10년, 15년 이상의 형량을 적용하는 내용을 신설했고, 여타 의원들은 기존 5년의 형량을 적용받던 50억원 이상의 횡령ㆍ배임 사건 형량을 7~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정치권의 형량 확대 기조를 두고 재계는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인들의 형량이 확대되고, 동시에 실형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면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재를 강화하는 것 보다 현행법 집행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게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횡령ㆍ배임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및 사면을 금지시키는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인 범죄에 대한 역차별'로 규정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에 대한 집행유예 및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은 다른 범죄에 비해 기업인 범죄에 보다 엄격한 법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살인죄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의 배임 혐의 자체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적용기준이 모호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성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법절차에 따른 경영판단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경영판단의 원칙 조항을 상법에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미국 판례가 인정하고 독일 주식법에서 인정하는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 '경영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넣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29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배임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임처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들은 적용 및 처벌기준 불명확성(83.2%)을 꼽았다. 이 밖에 응답기업들은 민사문제를 형사범죄로 처벌(11.3%)한다거나 처벌수준이 과도하다(4.5%)는 점을 배임제 규정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국내기업 10개사 중 1개사는 배임죄 처벌을 피하려다 경영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임죄 처벌로 경영차질을 겪은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9.6%가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은 의사결정 지연(60.7%), 보수경영으로 기업성과에 악영향(46.4%), 투자 위축(39.3%), 신규사업 진출 실패(10.7%)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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