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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강인한의 '암스테르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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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인천으로 가기 위한 환승구역./말썽부리는 맹장처럼, 시간을 없애기 위해 있는 곳/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의 한 점./가을 잠자리가 시간을 모으는, 죽은 나뭇가지 끝의 한 점./그때 잠자리는 환승구역에 머무르는 중이었을까요./당신이 마중 나오지 않아서 섭섭했습니다./무색무취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암스테르담에서/잠시 동안 당신이 그리웠습니다./고흐씨, 빈센트 반 고흐씨/겨울이 돼서 당신의 것과 비슷한 모자를 하나 샀습니다./당신의 별에도 지금 눈이 옵니까./이제 곧 이 별에서 당신의 별로 바꿔탈 때가 다가옵니다.

강인한의 '암스테르담' 중에서

■ 강인한의 시는 최소한, 요즘 시들이 겪고 있는 헛구역질 같은 징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고맙게 읽힌다. 삼엄한 압축미나 언어의 절제된 긴장감은 잠시 접어 두자. 여행메모처럼 쉽고 낭만적인 행(行)을 따라가며, 사유의 멋과 격(格)을 읽는다. 암스테르담, 마약과 매춘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그곳. 오히려 그런 것들이 금지되었을 때보다 사회문제가 덜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시인은 그 도시 속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갈아타는 공항 환승구역에서 네덜란드의 공기를 아쉽게 맛본다. 고흐의 나라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를 떠올리며 답답한 킬링타임에 두툼한 생각의 유화 붓질을 입혀 본다. 자화상에서 고흐가 쓴 모자를 쓰고 공항을 거니는 한국의 노시인.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네덜란드의 어느 시인이, 어떤 이유로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서 발이 묶여, 겸재 정선이나 이중섭을 떠올리며 시를 쓰는 장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한국이란 나라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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