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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엔지니어 밤엔 전통춤꾼, 삼성SDI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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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낮에는 '현대'를 상징하는 최첨단 기계를 만지고 밤에는 전통춤으로 120년전 저잣거리를 재현하는 남자, 윤현준 삼성SDI(31,PDP사업부) 사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2006년 삼성SDI에 입사한 그는 울산사업장의 생산라인서 기계 설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퇴근과 동시에 그는 작업복 대신 흰 도포를 갖춰 입고 동래학춤(부산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과 동래야류(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를 추는 인간문화재로 변신한다.

작업복을 입고 기계만 들여다보던 그가 흰 도포에 갓을 쓰고 동래학춤을 추는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타자 동료들은 '반전'이라며 놀라워했다.
"입사 당시 항상 깔끔한 차림에 깍쟁이처럼 하고 다녔어요. 저를 '20대 보통청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가 특기 란에 '동래학춤, 동래야류'라고 적은 것을 보고 '뭐하는 거냐'고 사람들이 궁금해했습니다. 그때 동래학춤,동래야류 이수자라는 사실을 커밍아웃 했습니다"

동래학춤은 부산시가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한, 학의 동태를 본떠 만든 선비춤을 말한다. 동래야류는 국가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한 탈춤으로 오늘날의 뮤지컬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는 열일곱 살 때 본격적으로 동래학춤을 배우기 시작해 스물네 살 때 인간문화재로 가는 첫 단추인 전수장학생으로 뽑혔다. 이후 무형문화재 이수자와 평범한 직장인 사이를 오가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생업(生業)과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준 씨도 엔지니어로서의 생활과 동래학춤 이수자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설비 업무 일을 한창 하다가 갑자기 춤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야근과 공연이 겹쳐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춤추는 일도 엔지니어 업무도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일부러 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일과 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고 했다.

동래학춤을 추는 것과 엔지니어 업무가 닮아 있다고 본 그는 "세월이 갈수록 묵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예술가와 엔지니어 둘다 숙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동래학춤을 선보이고 있는 윤현준 사원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동래학춤을 선보이고 있는 윤현준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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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말춤으로 떴다면 현준씨는 '학춤'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5월 롯데와 LG의 야구경기가 열리는 부산 사직구장서 시구자로 나섰다. 부산KBS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했고 SBC(삼성사내방송)에도 얼굴을 비쳤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동래학춤으로 서양인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인간문화재보다 명무(名舞)가 되고 싶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기공식 때 공연을 하거나 양로원 등에서 동래학춤을 보여주는 재능기부활동을 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삼성그룹 사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S'에 출전해 동래학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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