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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매창의 '여인의 슬픔(閨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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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일은 도리어 말 못하는 것 속에 있도다
하룻밤 마음을 앓으니 머리카락 절반이 하얘진 듯
이 몸이 얼마나 그리워 괴로웠는지 아시려거든
쪼그라든 금반지를 한번 보세요

■ 다시 읽는 매창의 사랑(5)-매창의 두 번째 사랑은 허균(1569~1618)이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허균은, 49년을 불꽃같이 살았던 '혁명아'이다. 세상과 불화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그가 매창과 나눈 것은,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이 공존하는 깊은 감정이었다. 그와 그녀는 두 번 만났다. 네 살 위인 허균을 매창은 28세 때 한 번 보았고, 7년 뒤인 35세 때 다시 보았다. 매창이 허균을 그리워하며 거문고를 뜯었다는 소문이 있자, 허균은 짐짓 농담을 섞어 "그 소문 때문에 내게 허물이 생겼다"며 원망하는 편지를 썼다. 매창은 답신을 보내 "그것이 어찌 나으리의 허물인지요?"라고 따졌다. 허균은 "한 무덤에 묻히자고 약속을 했으니 그대 허물이 나의 허물이 아니오?"라고 말했고, 매창은 "송도의 황진이와 화담 선생이 한 무덤에 묻혔습니까? 제가 그때 말씀드린 건, 화담과 명월처럼 되자고 약조한 것이었지오"라고 답했다. 허균은 "우린 동침한 일이 없으니, 화담과 명월보다 한 수 위가 아니오?"라고 했고, "우리가 이승에서 동침하지 않은 건, 무덤에서 영원히 함께 동침하기 위함이 아니었느냐"고 매창은 응수했다. 이런 편지를 나눴던 두 사람 사이의 그리움이 절절히 읽히는 저 시. 매창과 함께, 말도 못할 만큼 그리운 생각이 흘러가는 봄날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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