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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짐 로저스에게 무엇을 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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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9년 2월 하순,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의 첫 방한을 우리도 고대했다. 나와 동료 기자는 프리드먼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를 만나도록 연결해 달라고 초청자 측에 부탁했다.

그의 방한 기간은 공식 일정으로 촘촘하게 채워졌다. 그는 정부 주최 학술대회에서 강연했고 민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또 다른 언론매체 두 곳의 제안에 응해 한 번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다른 한 번은 언론인과 대담했다.
일각천금(一刻千金)인 그에게서 우리는 결국 인터뷰 시간을 할애받지 못했다. 나는 프리드먼이 방한하기 전 그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꼼꼼히 읽었다. 인터뷰가 성사되면 물어볼 거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그가 한국에 오기 전 인도에 들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인도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벌이는 창의적인 활동을 칼럼에 소개했다. 그는 "인도에는 기후 관련 혁신으로 가득하다"는 말을 전했다.

프리드먼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 나는 그가 한국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도 칼럼으로 쓰겠거니 예상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쓰긴 썼다. 그러나 한국을 거론한 게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서 느낀 미국의 위상을 전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ㆍ경제 등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고 미국만이 세계를 이끌 수 있다"는 한국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하며 "세계가 미국을 이처럼 중요하게 본 적은 지난 50년간 없었다"고 주장했다.

#2. 짐 로저스는 투자전문회사 로저스 홀딩스를 운영하는 투자자이자, 두 차례 세계를 일주한 여행기를 각각 책으로 써서 베스트셀러에 올린 저자이기도 하다. 로저스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여행을 하며 현지 경제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투자할 종목을 골랐다. 한국에는 1999년에 들렀다.
프리드먼이 남한에 관심을 두지 않은 반면 로저스는 2003년에 낸 두 번째 세계일주기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에서 한국을 몇 페이지에 걸쳐 다뤘다. 그런데 그는 한국 경제와 관련해 사실과 동떨어진 분석을 퍼뜨렸다. 그는 한국 경제는 미국이 곳곳에 군사기지를 짓고 막대한 달러를 퍼부은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썼다. 로저스는 한국 경제는 미국 원조와 시장장벽에 의존해 성장했기 때문에 장래가 어둡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에 이른 과정을 잘못 알았기 때문에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네 칼럼에서 웬 프리드먼 칼럼과 짐 로저스 책 타령인가?' 이렇게 힐문하는 독자가 계시리라. 프리드먼 칼럼은 세계 주요국의 오피니언 리더가 읽는다. 로저스는 저술과 강연, 인터뷰를 통해 경제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며 금융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손과 입을 빌리면 우리가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게다가 프리드먼 같은 명망가를 부르는 데는 수십만달러가 든다. 큰돈을 치르고 초청한 만큼, 이왕이면 사실을 잘 전달해, 그가 이를 세계에 전파하도록 하는 게 전략적이지 않을까? 프리드먼의 경우 우리는 그런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에게 인상을 준 얘기는 한국과 관련한 게 아니라 미국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었다.

국제행사가 자주 열리면서 국제적인 유명인사의 방한도 잦아졌다. 이들로부터 현안에 대한 탁견을 듣는 일, 물론 중요하다. 이들에게서 한국의 미래와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듣는 것 못지않게 해야 할 일이 한국의 현재와 우리가 만들 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로저스는 오는 31일 제주포럼에 참석해 '위기 이후 성공투자법'을 발표한다. 로저스는 중국 경제의 성장과 아시아의 발전 잠재력에 주목한다. 지난 2007년에는 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거주지를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로저스가 이번 방한 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게 될지 궁금하다.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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