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을 넘기면 한 번쯤 옷장을 열어보라. 그리고 걸려 있는 옷 가운데 최근 1년간 입지 않은 것들은 눈 딱 감고 내다 버려라. 그 옷들은 앞으로도 입지 않을 공산이 크다."
내친김에 신발장도 열어젖혔다. 옷장과 마찬가지로 (쪼글쪼글 주름살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내 서글픈 삶의 분신들로 그득했다. 이사 갈 집의 신발장 형편이 넉넉지 못한 걸 감안해 '최근 1.5년'을 기준으로 절반 이상 비워냈다.
다음에는 뭘, 하고 두리번거리다 딱 마주친 게 냉장고. 그렇지만 인간사 의(衣)와 식(食)은 엄연히 다른 법, 이번엔 한층 강화된 '입고기준 2달'로 털어내니 식탁은 금세 이런저런 비닐봉지로 가득 찼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으니…. 복잡한 뱃속 사정은 하루 이틀로 잠잠해졌지만, 고약한 건 머릿속에 '무슨무슨 기준으로 무엇을 내다 버리면 아주 편해진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틀어박힌 것이다. 그게 뭐 대수냐고 가벼이 여길 분도 계시겠지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내는 몇 년쯤 지나 버려야 하나' 또는 '직장은 몇 년 단위로 바꿔야 하나' 등등.
글=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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