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사업 중국에 집중" 채권단 부정적 기류
STX와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해외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내 조선소 STX대련을 매각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지난 몇년간 그룹 내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설비분야를 중국에 집중했던 만큼 채권단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강덕수 STX 회장은 최근 채권단 측에 국내 조선소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처분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 등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해외 조선소를 모두 매각하려는 와중에 지주사인 ㈜STX를 비롯해 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 등 조선산업 관련 계열사에 대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물론 채권단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STX대련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순 있다고 하더라도 STX가 국내 조선소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논리다. 조선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상선 위주의 포트폴리오로는 중국 내 수많은 조선업체에 밀려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부진하고 중국 조선소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가 일감을 유지하는 건 해양플랜트 등 고가설비 주문을 많이 확보한 덕분"이라며 "STX는 중국에 조선소를 확보한 후 야드 규모 등을 이유로 국내보다는 중국에 해양플랜트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STX대련은 안벽길이만 5㎞에 달하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 생산시설을 갖췄다. 현지 은행을 통해 차입한 금액 등 지금껏 투자한 금액만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락슨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에서 8번째, 중국 현지에서 2번째로 많은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당장 올해에도 270억여원을 들여 크레인을 설치하기로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지만 현재는 지분 상당수가 현지 시당국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STX대련은 물론 국내 조선소에서도 해양플랜트 설비를 꾸준히 건조해 왔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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