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2쪽 마지막엔 號 대신 '정희' 이름 남겨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이달 말 국내 그림경매 시장에 큰 장이 선다. 추사가 뜬 탁본, 박수근의 수채화, 남관의 300호짜리 대작(大作) 등 다양한 경매회사에서 작품들이 쏟아진다.
◆추사가 직접 뜬 '백월비 탁본'첩= 추사 김정희(1786~1856년)가 정성을 다해 떴다는 기록이 있는 유일한 탁본첩도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일명 '백월비 탁본'으로, 제목은 '태자사낭공대사백월서운탑비'이다.
이 첩에는 이 백월비를 추사가 직접 탁본을 떠 지금까지 전해지게 된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추사의 제자였던 추당 서상우(1831~1903년)는 이 첩에서 "백월비 탁본은 많은 서도가들이 수장하고있으나 탁함(탁을 뜨는 일)에 공을 다하지 않아 추사가 정심을 다해 향탁한 것을 보내니 거두어 첩을 만들어 영원히 자손들에게 전하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추사가 한국의 왕희지라 불리는 명필 서예가 김생에 예의를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사는 비석이 보관되어 있던 영주관아까지 가서 정성들여 탁을 뜨고, '정희'라는 본 이름을 써 자신을 극도로 낮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탁본 뒤 마지막 장에는 '정희수탁(추사가 직접 떴다는 의미)'이라는 도장도 확인할 수 있다. 총 22쪽으로 이뤄진 이 첩에은 글씨 부분이 4쪽이며 나머지는 탁본으로 이뤄져 있다. 이출품작은 시작가 2000만원에 시작된다. 경매는 오는 24일 오후 3시 경운동 취미예술품 경매회사 코베이 전시장에서 열린다. 문의 02-738-0552
◆박수근 '꽃신'ㆍ김환기 '꽃가게'= 서울옥션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혼례ㆍ키즈경매를 기획했다. 혼례를 주제로 한 경매에는 박수근의 수채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62년작 '꽃신'으로, 이 작품은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을 담은 듯 보이는 꽃신 한 켤레가 청초한 푸른색을 띄고 있으며, 꽃 자수 문양이 세심하다. 박수근의 수채화는 삶의 일상을 기록한 정물을 통해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묘사가 가장 세련됐다는 평이다. 또한 단순히 꽃신이라는 소재를 넘어 작가의 어린 딸을 향한 마음, 작가의 주변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가로 30cm, 세로 20cm 크기이며, 추정가는 2억~3억원이다.
이와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교미술 섹션'도 마련된다. 고려시대 때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의 판본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권 제64'가 출품된다. 당나라의 사신이 번역한 주본 화엄경 80권 중 제64권으로, 닥종이에 정성스럽게 찍은 초조본이다. 화엄경 중 일부는 국보로 지정돼 있다. 추정가는 별도문의를 통해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사상 확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전 '묘법연화경 권 제1'도 출품된다. 묘법연화경은 법화경이라고도 약칭되며, 본래 7권이 완질이나 현재 권 제1만 남아있다. 이번 출품작은 묘법연화경 권 제1의 내용을 쓰고 그린 것으로, 표지는 감지에 금은으로 연화문과 보상화문을 그리고, 안에는 흰 종이에 금으로 글씨를 쓰고 변상도를 그렸다. 제작 시기는 14세기 말엽으로 보이며, 추정가는 2억5000만~3억원이다.
경매는 오는 23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리며, 출품작은 22일까지 프리뷰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2075-4434
◆남관, '푸른 율동' 등 100호 이상 그림들 = K옥션은 이달 말 개최되는 경매에서 '대작(大作)'을 주제로 작품을 내놓는다. 출품작은 모두 100호 이상의 작품 49점으로 구성됐다. 남관의 '푸른 율동', 김종학의 '설악풍경', 패트릭 휴즈의 '개인전'이란 작품과 배병우의 '소나무', 정상화의 '무제' 등이다.
K옥션 관계자는 "국내의 대형작품들은 해외에 비해 아직 저렴하여 경쟁력이 있으며, 경매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별히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출품돼 공공미술과 기업의 소장품에 관심 있는 기업에게는 작품 구입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매는 오는 24일 오후 5시 신사동 K옥션 1층 경매장에서 열리며 23일까지 프리뷰가 진행된다. 문의 02-3479-8888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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