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기업일수록 주주 및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성도 높기 때문이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400개 상장사에 대해 ▲환경경영 조직 수준 ▲녹색구매 협약 체결 여부 ▲환경 사회공헌활동 ▲협력사와 동반관계 ▲불공정거래 및 산업재해 현황 ▲집중투표제도 채택 여부 ▲사외이사와 감사 현황 등을 파악해 평가했다. 환경ㆍ사회ㆍ주주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정직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특히 공시나 회계 기준을 잘 지키고 소액주주 주주권 행사 및 우발채무 리스크 관리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주주 및 고객들의 신뢰를 높여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외국 투자자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더이상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고질병인 배임ㆍ횡령ㆍ비자금 조성 등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성과가 우수한 기업보다는 정직한 기업이 인정받는 문화가 사회 저변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SG를 고려한 장기투자 성과가 좋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같은 인식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외국 지배구조 평가기관들은 한국을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재벌 총수들이 잇달아 재판에서 실형을 받는 등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업 임원들의 인식 변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지배구조에 대해 별다른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에서 횡령ㆍ배임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에서는 지배구조만을 전담하는 임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사외이사들이 기업 경영진과 결탁해 견제 역할은 하지 않고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은 그만큼 자신이 있는 기업"이라며 "투명성이 확보되면 회사 밖으로 새는 이익이 없어지고 주주 및 기업가치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동반성장도 공정한 경쟁을 하면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결국 그 회사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좋은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있어야 최종 제품도 좋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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