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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분리발주 법제화, 오히려 자충수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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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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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이 외우내환(外憂內患)에 시달릴 조짐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03년 8.5%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1%대 이하로 하락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3.7%와 5.0%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1.6%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생협력은 고사하고 대결 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새 정부가 공공공사 분리발주의 법제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시설물을 건설하고자 할 때 발주기관이 25개 전문 공종별로 입ㆍ낙찰 및 계약 절차를 진행, 중소 전문건설업체의 수익성을 높이고 불공정한 원하도급 거래 관행을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혁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공공사 분리발주를 법으로 의무화시키려면 먼저 거래비용의 증대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현재는 발주기관이 1개의 종합건설업체 또는 공동도급업체와 1건의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만, 분리발주로 전환되면 발주기관이 20여건의 계약을 각각 체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건별로 입ㆍ낙찰과 계약 절차를 각각 진행해야 하므로 직접적인 행정비용과 간접적인 기회비용의 증가는 고스란히 공사비 총액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만일 입ㆍ낙찰 과정에서 기술적 변별력이 없다면 부패와 비리의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분리발주로 인해 공종별 시공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발주기관이 개별화된 여러 전문건설업체들의 공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일관된 품질 관리 절차가 부실해 시설물의 총체적인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정관리에서 공종 간 상호 마찰이나 책임 전가 또는 공정 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종합건설업체가 대리인으로서 건설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전문건설업체들과는 계약관계가 아니므로 주도적인 관리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권한과 책임성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정과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역선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분리발주의 법제화는 140대 국정과제 중 '중소기업 성장 희망 사다리 구축'의 한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전문건설업체와 마찬가지로 종합건설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다. '종합'은 기업활동의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지 규모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발주 법제화의 목적이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중소 종합건설업체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는 상생협력은커녕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배치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분리발주의 비효율성에 공감하는 추세다.

주계약자공동도급의 성과 평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발주의 법제화는 섣부르다는 생각이다. 분리발주를 시행하려면 먼저 발주기관이 동시다발적인 입ㆍ낙찰 및 계약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다양한 공종의 전문건설업체들을 효과적으로 선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실무적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설령 시행하더라도 분리발주는 시설물의 특정 성능 또는 기술력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경우나 단순 공종일 경우로 제한하여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률적인 의무화가 아니라 발주기관이 최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 건설기업을 육성하려면 건설산업의 내분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건설산업을 제외한 조치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건설산업을 천덕꾸러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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