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회 금요일 오후 유적지 5개 코스 탐방... 효창공원, 새남터 성당 등
“잠시 한국에 머무르다 호주로 돌아가는 길에 용산의 유적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참가했습니다. 평소 한국의 제례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운영하는 ‘용산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효창공원은 물론 새남터 성당, 남이장군 사당 등 문화유적지를 직접 방문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용산구가 지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용산문화원과 합심, 전문가의 해설을 통한 용산의 이해를 돕고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향토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용산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이태원은 다양한 축제와 문화콘텐츠가 즐비해 지난 2009년 외국인 140만명이 방문한 이래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등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문화 공간을 찾는 내국인들도 만남의 장소로 용산역과 이태원 지역을 많이 찾고 있다.
구는 이런 방문객들에게 용산을 알리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킬 문화관광코스가 필요하다고 판단, 문화재와 관광거점을 연결한 코스 개발에 나서게 됐다. 또 용산에 대해 잘 아는 구민 또는 수십 년간 용산에서 근무한 퇴직공무원을 대상으로 해설사를 선발, 숨겨진 용산의 매력을 알리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구는 지난 2월 향토문화해설사 2명을 위촉, 전남 진도군에 벤치마킹을 나서는 등 문화탐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사협회의 자문을 받아 용산의 관광자원 조사와 코스개발에 힘써왔다.
지난 3월 말 시범운영과 모니터링을 마치고 신청자 접수를 통해 지난 5일 첫 운영에 돌입했다.
구가 운영하는 탐방코스는 총 5개로 용산문화원 성심여자중고교 새남터성당 남이장군사당 효창공원을 차례차례 방문한다. 매주 금요일 용산문화원에서 출발,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운영하며 별도 신청 기간 없이 상시 접수한다. 누구든지 무료로 탐방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를 원할 경우 문화체육과 또는 용산문화원에 신청하면 된다.
탐방 코스로 용산문화원은 지난 1997년 개원한 지역 문화의 요람으로 주민을 위한 각종 문화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용산의 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성심여자중고교는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명문사학으로 학교 안에는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용산신학교와 원효로 예수성심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두 곳 모두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의 대표 건물로 19세기 말 성당 건축이라는 점에서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새남터성당이 있는 곳은 조선초기부터 군사들의 연무장이자 중죄인의 처형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먼 과거에는 조선시대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이 처형됐고 1800년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성인을 비롯한 11명의 한국 천주교 지도자가 순교한 곳이다.
남이장군사당과 효창공원은 용산이 자랑하는 우리 고유의 문화 유적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남이장군은 조선 세조 때의 무신으로 이시애의 난과 여진 정벌 등 공을 세웠으나 역모에 몰려 처형당한 장수다. 매년 10월이면 이곳 사당에서 남이장군을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길복을 기원하는 제의가 열리고 있다.
효창공원은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사적 제330호로 지정돼 있는 곳으로 과거에는 효창원 경내였다. 조선 22대 왕 정조 장자로 세자책봉까지 받았으나 5세 어린 나이로 죽은 문효세자 무덤이 있던 곳이다. 현재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 삼(三)의사 유해와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 차이석 조성환 선생은 물론 백범 김구 선생의 유해도 이 곳에 안장돼 있다. 효창공원은 역사교과서를 그대로 옮겨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문화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구는 문화탐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 코스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며 연령, 관심도에 따라 구민이 선택하여 탐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또 용산문화원, 숙명여대와 협력해 공동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해설사 양성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 육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해설사와 함께하는 문화 탐방을 통해 그동안 묻혀 있던 우리의 본 모습과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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