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의 '하관(下棺)'
■ 살아서 이별이면 생별(生別)이고 죽어서 갈라지면 사별(死別)이다. 몸은 살았는데 마음이 죽으면 생별이 찾아오고, 몸은 죽었는데 마음은 살아 꿈틀거리면 미칠 듯한 격정이 된다. 목월은 아우를 묻으며 관뚜껑에 흙을 뿌렸다. 어제까지는 같은 세상을 살았는데, 오늘부터는 이세상과 저세상으로 나뉜다. 죽은 쪽의 상황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곳의 근황을 통기(通寄)하며 그리운 여기로 그 목소리를 불러온다. 내 목소리는 들리는가. 한 마디라도 말을 섞고 싶은 그 마음. 마지막 구절에서 애절해진다.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는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거기도 그렇게 소리가 들리는지? 나도 그런 사별이 있었다. 내가 보낸 아우는, 묵직한 몸집을 놓고 갑자기 떠나갔다. 처음엔 그 단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영원히 이 지상에서 부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이토록 차가운 벽, 아득한 심연. 그 벽을 만지고 심연을 허우적거리며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