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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창조경제 ?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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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어느 출판인들의 자리다. 모두 한결같이 지식산업의 최후를 절감하는 표정이다. 한 출판인은 "더 이상 책을 내기가 어렵다"며 사업 포기를 운운한다. 다른 출판인은 "국가의 출판 정책이 철저히 산업을 짓밟고 있다"며 분개한다. 이들이 내놓는 성적표는 출판산업이 절벽에 도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례로 지역 서점은 2003년 5683개에서 2011년 1752개로 69%가 줄었고, 신간 발행 종수는 2008년 대비 2012년 23%가 감소했다. 출판 경영 또한 악화 일로다. 2012년 책 판매 부수는 전년대비 7.8%, 매출은 2012년 8월 현재 전년 대비 11%가 줄었다. 이게 한때 '지식산업'의 총아였던 출판산업의 현주소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부는 거센 '창조경제'의 열풍속에 출판의 위기는 고민거리도 아닌 듯하다. 수많은 학자, 행정 및 정책 담당자들이 신나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부르짖느라 급급할 따름이다. 각종 콘텐츠와 쿤텐츠, 문화 예술과 첨단기술을 결합시켜 새로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벌써 장밋빛 꿈에 젖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창조의 생태계가 근본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걸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출판은 물론 문학, 미술, 연극, 무용 등 문화 콘텐츠의 기본 역량에 있어서는 수많은 균열과 붕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즉 불공평한 분배, '노예 계약', 열악한 창작료, 창작물의 무단 복제와 불법 유통 등 문제가 여전하다. 각 콘텐츠의 생산ㆍ창작 기반에서는 '배고픔'을 외칠 정도로 위태하기 그지 없다. 또한 출판의 몰락에서 알 수 있듯 각 문화 예술 분야에서 창조 원천 및 자원이 고갈되는 형국이다.

물론 창조경제의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산업과 기술이 진화하고, 지식 문화의 창조역량이 성장해 새로운 산업 영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창조산업, 그 부양의 방식은 근본을 지키고 가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융복합을 얘기하기에 앞서 우리는 창조경제론자들에게 묻게 된다. "출판처럼 각 개별 콘텐츠가 몰락하고도 창조비즈니스는 융성할 수 있는가 ?" "새로운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노력이 오히려 콘텐츠의 파산을 앞당기는 것은 아닌가 ?" 다만 창조경제가 유행처럼 소멸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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