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지금의 터키지역에 위치한 그리스의 속국인 리디아에서 시작되었다. 리디아에서 시작한 화폐경제는 교역과 경제를 발달시켜 그리스와 로마의 번영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리디아란 나라에 어느 날, 농부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왕에게 데려갔다. 미다스 왕은 이 노인이 술의 신 다이노소스(로마 이름은 바쿠스)의 양아버지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고 열흘간 극진히 모셨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술의 신은 미다스 왕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왕은 자신이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달라고 했다. 이 힘을 얻은 왕이 돌과 나무를 만지자 모두 황금으로 변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잇는 리디아는 일찍부터 교역이 발달했다. 화폐를 유통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융성했다는 뜻이다.
화폐경제의 발달은 한편으로 부를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양극화와 같은 불행을 낳기도 했다. 부는 미다스의 손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오지만, 잘못 사용하면 상대적 빈곤과 좌절을 가져온다.
리디아의 또 하나의 전설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이 이야기를 전한 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법의 반지 이야기를 써놓았다.
리디아의 칸다울레스 왕 시절, 기게스라는 목동이 살고 있었다. 양을 치던 어느 날 갑자기 큰 지진으로 땅이 꺼지며 동굴이 생겨났다.
호기심으로 동굴 안에 들어간 그는 금반지를 낀 채 죽어 있는 거인을 발견했다. 동굴 밖으로 나온 목동은 우연히 빼들고 나온 반지에 마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반지를 한쪽으로 돌리면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고, 반대로 돌리면 다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신비의 힘을 얻게 된 기게스는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가축의 상태를 보고하기 위해 궁전에 들어간 그는 반지의 힘으로 투명하게 된 후, 왕비를 간통하고, 칸다울레스 왕을 암살하여 왕위를 찬탈하고 스스로 리디아의 왕이 되었다.
플라톤은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를 통해 일반인이 만약 그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마법의 반지와 같은 절대 권력이 존재해선 안 된다. 우월한 힘이나 지위를 남용하면 정의는 실현되지 않고 불행이 싹트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의 결말은 반지를 화산에 빠뜨려 융해시킨다.
돈이 권력화하면 자본주의는 타락한다. 돈이 사람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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