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길의 '나무 그늘에 누워'
■ 하늘에게 이렇게 조곤조곤 얘기를 건네는 인간을 만나 보았는가. 하늘 한 장을 펼쳐놓고 그 시(詩)의 다채로운 언어들과 행간을 읽는 진지한 독자를 보았는가. 마치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로 열듯, 언덕을 젖히고 구름을 펼치고 하늘을 연다. 총천연색 컬러 잉크를 엎지르며 구름 뒤에서 내려다보는 존재. 원재길은 그에게 '빛의 시인'이란 경칭을 붙여주었다. 시인에게 고백하듯 가만히 말한다. "당신이 쓰신 시,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영원한 것이 없기에 행복도 불행도 다 지나간다. 그런 일이 무상하게 느껴질 때, 저 위에서 쓴 맑고 영원한 시를 읽는다.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불화를 겪을 때에도, 하늘을 읽노라면 마음이 다시 평정을 찾는다. 이 대목에서 원재길은 하늘이 가끔 쓰는 '난해한 구절'에 대해 기록해놓는다. 벼락과 가뭄과 홍수와 생태계 이상. 그리고 그런 어려운 시를 쓸 때에도 사람들의 슬픔을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참 따뜻하다. 하늘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맨처음의 역순으로 시집을 닫는 남자. 나무 그늘에 누운 저 남자.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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