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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함민복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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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깊고/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함민복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눈물은 울지 않는다. 슬픔의 한복판은 오히려 고요하다. 비극은 무음(無音)으로 처리될 때 가슴을 에인다. 눈물이 수돗물처럼 줄줄 흘렀다면 슬픔 또한 쉽게 흘러가버렸을지 모른다. 고통을 단속(斷續)하는 눈꺼풀이, 뚝뚝 그쳤다 떨어지는 눈물을 낳는다는 발견. 슬픔은 눈물을 뚝뚝 끊는 눈꺼풀이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을 끊어주기에 넘치지 않게 하고 슬픈 가운데서도 격조를 만들어낸다는 것. 운명의 베를 끊는 여신처럼, 슬픔의 베를 끊는 눈꺼풀이 있기에, 인간은 처연한 그 자리에서도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우는 일 속에도 깊은 뜻이 있다는 걸 함민복이 가르쳐준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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