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강의하는 신시아 A.몽고메리 교수의 수업을 옮겨놓은 책이다. 물론 평범한 강의는 아니다. 몽고메리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전세계에서 날아오는 학생들은 기업가(Entreprenuer)와 기업 소유주(Owner), 사장(President)들이고 그래서 강의 프로그램의 명칭도 이들의 앞글자를 딴 'EPO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철저히 사례 위주다. 첫번째 사례는 수도꼭지와 부엌 자물쇠 등 다양한 가정용 내구소모재를 판매하는 기업 매스코다. 1986년 매스코는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11억 5000만달러 규모의 업체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사업확대를 모색하던 매스코가 지목한 시장은 가구시장. 그 때까지 가구시장에 존재하던 비효율성을 타파하면 수도꼭지 시장에서 그랬듯이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매스코는 가구시장에서 참패했다. 기존 기업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큰 손실을 보고 물러난다. 몽고메리 교수는 학생들, 즉 기업가들의 예상과 실제 결과를 대조하며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를 가르친다. 매스코의 성공을 점친 학생들, 즉 기업가들은 사실 가구시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가구시장에 대한 분석 후 결론을 내린 학생이 없었던 것이다.
몽고메리 교수가 강조하는 '전략'은 사실상 최고경영자가 회사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운명을 쥔 결정권자로서 경영자는 일시적 충동이나 미혹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과학화'해야 한다. 우연과 변화까지 계산된 결과로 포함시키는 것이 전략이다. "전략가인 당신은 조직을 보살피고 조직의 갈 길을 안내하고 기업의 중심인 목적 자체가 변할 때도 선택을 내려야 하는 동시에 매일, 그리고 해마다 기업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선택 또한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몽고메리 교수는 '시장조사는 필요없다'고도 말했던 스티브 잡스도 전략가가 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말한다. 80년대 애플에서 축출당한 뒤 실패를 맛보다가 복귀한 잡스는 '창조적 파괴'를 전략화한 사례였다.
책 말미의 '특별부록'은 리더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을 추려 답해준다. 전략을 혼자서 짜야 하는지 팀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 민주적 과정을 도입해야 하는지, 얼마나 자주 전략을 논의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질문들에 단호한 답을 내놓고 있다. 설령 이익을 내는 기업이 아닐지라도, 그저 작은 모임일지라도 조직은 언제나 전략을 필요로 한다. 미시적 전망과 거시적 전망을 두루 갖추고 '코코넛'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읽을 법한 책이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신시아 A.몽고메리 지음/이현주 옮김/리더스북/1만 68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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