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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자·세, 강제동거 시키면 情이 생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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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현실 살펴야 실현된다] ③임대주택 편견 버리자<끝>
분양주민 "집값 떨어질라" 반대
임대주민 "저소득층 낙인 싫다"
그 마음부터 읽는 정책 펴야
임대주택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국가 인프라다. 이에 차기 정부는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확충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보다 원활한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관리 재원을 지원하고 지자체를 보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LH가 노인 일자리창출과 어린이 보육을 위해 펼치는 임대단지의 공부방 지원 모습.

임대주택은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국가 인프라다. 이에 차기 정부는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확충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보다 원활한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건설·관리 재원을 지원하고 지자체를 보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LH가 노인 일자리창출과 어린이 보육을 위해 펼치는 임대단지의 공부방 지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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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1. 지난 2011년 5월 국토해양부가 5차 보금자리지구 중 하나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를 발표하자 고덕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형기(가명)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인근에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향후 분양에 차질을 빚거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돼서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김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보금자리지구지정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가했다. 해당 자치단체인 강동구도 주민들의 뜻이라며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소를 국토부에 건의했다.

#2. 같은 해 7월 과천시청.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소를 건의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간부들이 민원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지구지정 취소를 원하는 과천시민 1만1000명의 서명이 담긴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갔다.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 가운데 집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태에서 보금자리주택까지 들어서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과천시도 국토부에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소를 공식 건의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거복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지자체는 복지예산 증가를 이유로 임대주택에 반대하고 있다. 소셜믹스 정책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화를 이루며 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입 8년 만에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더 늦기 전에 임대주택 정책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다양한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낙인효과'에 형평성 문제까지…해결책은 없나 = 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자산가치 하락이다. 향후 집을 매각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다. 또 일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수억원을 들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임승차'를 했다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된 고덕주공아파트 주민들이 대표적이다. 강동구에는 지난 2007년 이후 택지를 개발하면서 서울시가 도입한 장기전세주택(3822가구)이 두 번째로 많이 공급됐다. 여기에 더해 2011년 1만가구 이상 규모의 보금자리지구에까지 지정되자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고덕주공 주민들은 사업성 악화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고덕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몇 년 사이 장기전세주택이 대거 들어오면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늘었다"면서 "보금자리주택은 인근 시세의 80%에 공급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재건축 사업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일명 '낙인효과'다. 같은 단지 내에서 펜스를 쳐놓고 입구를 따로 쓰고,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동을 배치하는 등 임대주택 차별이 적잖다.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데서 오는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동·호수에 임대주택을 배치하고 같은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에 따른 입주민들의 비용 증가 문제로 번지면서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윤이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부 단지의 경우 동별구분형에서 혼합형까지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도입했지만 공동체 의식을 조성하기 힘든 상황에서 물리적 혼합만을 강조하다보니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양주민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낀 임대주민들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복지시스템이 주거복지 '태클' = 지난해 6월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부의 지자체 재정지원 확대 등의 요구가 담긴 대 국회·정부 공동 건의문을 채택을 위해서다. 이들은 "영유아 무상보육 사업 등 복지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보조율을 올리고, 향후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재원 마련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복지를 확대하면서 재정 압박을 느끼자 광역단체장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서울시 한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임대주택 관리 비용은 대부분 시비로 충당되지만 문제는 저소득 가장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면서 "임대주택이 늘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 분들에게 지원하는 복지비용은 구에서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복지지원 분야가 점차 늘면서 다른 데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SH공사가 공급한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된 구는 그렇지 않은 구에 비해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서울시에서 임대주택이 많은 구는 노원구(1만5887가구), 강서구(1만3768가구), 양천구(1만52가구) 순이다. 적은 구는 광진구(143가구), 종로구(602가구), 영등포구(802가구) 순이다.

서울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임대주택이 많은 강서구의 전체 예산 중 사회복지 비중은 지난 2008년 42.2%에서 2011년 51.67%로 9.47%p 증가했다. 반면 임대주택 비중이 가장 적은 광진구는 2008년 28.45%에서 2011년 36.73%로 8.28%p 올랐다. 상승폭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94%로 격차가 심했다.

해당 자치구와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임대주택이 증가하면 할수록 구에서 충당해야 하는 사회복지비 지출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일반 구민들에게 돌아갈 투자비용이 축소된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소 박사는 "복지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없이는 자치구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선뜻 반기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국가가 임대주택 거주자에 소요되는 복지비용을 자치구에 지원하는 등 지자체 재정을 고려해 지원하는 맞춤형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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