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재계 관계자들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하면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재판부의 시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재계가 지배구조를 바꾸고 전문경영인에 경영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불구, 사법부는 여전히 기업을 과거 상명하달식의 수직형 조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기 전부터도 SK그룹 각 계열사의 경영 전반은 이사회 중심으로 상당 부분 이뤄져왔다. 앞서 세계 3위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 인수 본입찰 불참의 경우, 인수를 원했던 최 회장의 의지와 달리 이사회에서 제동을 걸어 무산된 대표적 사례다. 기업경영이 오너 회장의 단독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례기도 하다.
또한 SK그룹은 앞서 2008년 9월 SK에너지가 POSCO홀딩스 의 한화오션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했을 때도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백지화한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3000억~4000억을 투자해 호주 석탄개발 전문회사 코카투를 인수하려 했으나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는 사외이사의 견제로 무산됐다. SK그룹은 작년 기준으로 38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6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38개 대기업의 전체 사외이사 702명의 8.9%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외부의 전문가인 사외이사의 숫자가 많을수록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죄를 지었다면 재벌 총수도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혐의 내용 대부분을 '정황', '경험칙'에 기대어 공동정범으로 간주하는 것은 일종의 '재계 때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투자가 성공하면 별문제가 없지만, 실패하면 법적 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 경영풍토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부른 '역차별'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 글로벌경제 위기로 위축된 기업경영에 또다른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기업이 준법경영,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