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회사원 전유진(32)씨는 요새 '레미제라블'에 완전히 빠져 있다. 계기는 영화였다. "상영시간 내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받았다.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에서 뮤지컬 공연 영상을 찾아봤다." 전 씨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완역본을 사서 읽기 시작했고, 영화 OST도 구입해 출퇴근 시간마다 듣는다. 지난 주말에는 뮤지컬 초연 25주년 기념 특별공연 DVD를 사러 교보문고를 찾았지만 재고가 없어 예약만 해 놓고 돌아와야 했다. 문화시장을 강타한 '레미제라블' 열풍의 단면이다.
지난 12월 19일 개봉한 톰 후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개봉 3주차에 접어들며 누적관객 360만여명을 기록했다. 여전히 평일에도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어 한동안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리라는 예측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뮤지컬 영화는 455만여명을 동원한 '맘마미아!'였다. 극장가에서는 '레미제라블'이 '맘마미아!'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고의 걸작은 다양하게 변주됐다. 그 중 영국의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1985년 무대에 올린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며 롱런하고 있다. 톰 후퍼 감독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바리케이드 장면 등이 영화 속에 그대로 재현됐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죄수로 살아야 했던 장발장(휴 잭맨)과 그를 뒤쫓으며 윤리적 갈등을 겪는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한 사람인 팡틴(앤 해서웨이), 귀족의 후손이자 공화파로 혁명에 투신한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 등 서로 다른 인물들의 고뇌가 뮤지컬의 형식 속에서 도드라진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적극적인 홍보와 개봉 타이밍 등이 다 맞아 떨어졌다"고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 휴 잭맨과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홍보에 나섰다. 대선과 맞물린 개봉 시점도 유효했다. 대선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 지치지 않는 투쟁과 희망을 보여 주는 '레미제라블'이 일종의 치료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재훈(23)씨는 "3번이나 반복해 영화를 봤다"며 "프랑스 역시 대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성취하기까지 1세기 가까운 시간이 걸린 걸 실감하면서 사회 진보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음반과 DVD 시장에서도 '레미제라블' 관련 콘텐츠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예스24는 영화 개봉 전 보름 동안 각각 90매, 40매가 팔렸던 영화 OST와 뮤지컬 OST가 개봉 후 15일만에 각각 3030매, 350매씩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뮤지컬 초연 25주년 기념 특별공연 블루레이와 DVD도 판매 10위권 안으로 뛰어올랐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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