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하루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치권은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요즘 주요 대선주자들의 정책적 입장을 보고 있으면 더욱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와 관련된 정책을 내세우지만 8년 전에는 달랐던 이들이다.
이 정책들을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진보정당이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정책 슬로건을 내걸고 부유세를 주장했다. 또한 무상교육 무상보육을 주장하며 10석의 의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들에게 색깔론을 제기하며 증세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일자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 수준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2004년 민노당 의원 10여 명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근본 정신과 유사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의무고용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향 등도 2004년 민노당 공약자료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선을 앞두고 상대 진영의 표심을 가져오려는 과정에서 나온 '역설'이다. 특히 여야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좌클릭' 경쟁을 벌이며 성장과 분배를 강조하는 여야 구도는 깨진지 오래다. 대신 중도층ㆍ서민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 나도 복지정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연구하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책 중에서 그나마 나은 정책들을 검토하다 보니까 과거부터 '복지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진보정당의 정책을 베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은 곁가지다.
물론 대선 때마다 나름의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올해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는 충분한 설명과 납득이 요구된다. 2004년 당시 복지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인 진보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의 이지안 부대변인은 "현재 양당의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환심성 공약인만큼 앞으로 얼마나 실천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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