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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의 국채 매입, 총알도 없이 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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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화 정책으로 실제 국채 매입 능력은 4500억유로 선 불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화를 되돌릴 수 없다"며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자 시장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ECB 정책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재정위기로 국채 수익률이 급상승 중인 나라들의 국채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서며 자금경색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를 넘나들 경우 해당국의 정상적인 재정운용은 불가능하다.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연일 고공 비행해온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좋은 예다. ECB의 이번 발표로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수익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면적 통화정책(MOT)'으로 불리는 이번 국채 매입에 대해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 경제학과의 래리 화이트 교수는 최근 ECB의 국채 매입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화이트 교수는 ECB의 국채 매입 결정과 관련해 언론들이 사용한 '무제한(without limit)'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CB가 총 통화량이 늘지 않도록 이번 국채 매입과 관련해 불태화 방식을 택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CB는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인다. 대신 보유 중인 다른 자산을 팔아 시중에 풀리는 통화는 흡수해야 한다.

화이트 교수는 불태화 방식에 따라 ECB가 재정 위기국인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GIPSI) 국채 매입에 나설 경우 보유 중인 채권 가운데 GIPSI 이외의 것들을 내다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CB에 따르면 유로존이 보유한 총 자산 규모는 3조850억유로(약 4440조원)다. 이 가운데 GIPSI의 채권과 커버드 본드, ECB의 금 및 외환 보유고, GIPSI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국채 부담이 큰 프랑스ㆍ벨기에 등의 국채를 제외할 경우 남는 자산 총액은 4500억유로다.
다시 말해 ECB가 불태화를 전제로 국채 매입에 쓸 수 있는 실탄 규모는 4500억유로라는 뜻이다. ECB가 1조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려 한다면 불태화 정책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만 해도 국채 규모가 2조유로에 육박한다. 유로존 국가들의 열악한 재정 수준에 비하면 불태화를 전제로 한 ECB의 국채 매입 능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CB의 국채 매입과 관련해 재정위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들의 반감도 크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ECB의 국채 매입 결정이 민주주의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독일 국민은 ECB의 국채 매입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ECB가 독립 기관인데다 이번 결정이 ECB 권한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말로 넘어간다면, 국민투표조차 거치지 않고 법원도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드라기 총재는 사법부와 의회 위에 군림하는 최고권력자라는 게 슈피겔의 주장이다.

한편 독일 헌법재판소는 기독교사회당(CSU)의 페터 가우바일러 의원의 판결 연기 신청을 기각하고 유로안정화기구(ESM)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예정대로 12일 10시 진행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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