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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전성시대..150억 몰빵한 뚝심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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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슈퍼개미 전성시대다. 여왕개미, 상폐개미에 이어 한 종목에만 150억원 이상을 '몰빵'(한 종목 집중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한 뚝심형 슈퍼개미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3년 이상 롯데손해보험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한재홍씨가 그 주인공. 3년간 투자성적은 평가손실만 50억원에 달할 정도로 처참하다. 하지만 한씨는 최근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추가로 매수, 5%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초기 투자금액도 '억' 소리날만큼 크더니 '물타기' 수준도 큰 손(?)답게 달랐다. 주식투자 경력 20년의 한씨는 여전히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씨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롯데손해보험 주식 211만4652주(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초 한씨는 부인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롯데손해보험 주식 172만147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8년 롯데그룹에 피인수된데 따른 기대감으로 거래가 활발하던 때가 매입 시기였다. 매수단가는 7000원대 후반으로 총 매입대금만 130억원을 넘었다.
한씨는 "당시 롯데그룹이 10년 비전을 발표하면서 2018년 그룹매출 200조원을 제시했는데 롯데손해보험 매출목표도 4조7000억원으로 내놨다"며 "롯데그룹의 비전을 보고 롯데손해보험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에 피인수되기 전 대한화재 시절 연간 매출액이 8500억원 수준이었으니 10년만에 5배 이상 성장이란 장기 비전에 베팅을 한 것이다.

회사의 장밋빛 전망만 듣고 13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한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씨는 "롯데손해보험이 아니라 롯데그룹을 믿었다. 롯데란 곳이 대표적으로 보수적인 곳이다. 적어도 롯데그룹측 매수단가인 1만4000원 이상은 갈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씨의 예상과 딴판이었다. 매출이 1조원대로 올라서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지만 3년전 1만원을 찍던 주가는 지난달 하순 5000원선마저 무너졌다. 130억원이 넘는 투자원금은 8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한씨는 롯데의 2018년 비전에 대해 믿었다.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하나유업이란 회사를 통해 약 36만주, 22억원 이상어치를 매수했다.

이 추가매수 덕에 한씨는 5%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20년의 주식투자 여정 중 첫 주요주주 등극이었다. 한씨는 "그간 여러기업에 집중투자를 해 재미를 봤지만 5% 이하로만 주식을 샀었다"며 "이번에 주요주주가 되면서까지 추가매수를 한 것은 저가메리트를 보고 단기세력이 들어오면 그만큼 나중에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매수세 덕에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25일 4475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4일 4995원까지 올랐다. 그래도 평가손실은 47억2000만원이나 된다. 본전까지 가려면 아직 50%는 더 올라야 한다. 남들이 보기엔 무식한 몰빵 투자처럼 보이지만 한씨는 이런 투자로 20년간 증시에서 수익을 올렸다.

한씨는 "그동안 장내외에서 우량주를 사서 몇년에서 10년씩 보유해 최소 몇배씩 수익을 올린 후 팔았다. 물론 손실을 본 투자도 있었지만 우량주 장기보유로 투자자산을 불릴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가 장기투자로 재미를 본 종목은 코스피시장의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전기, 코스닥시장의 동서, 장외의 삼성SDS 등이다. 동서의 경우, 2000년부터 10년간 20배 올랐고, 삼성정밀화학은 2009년부터 1년 10개월 사이 5배 가까이 올랐다.

한씨가 이처럼 우량주에 몇년씩 장기투자할 수 있는 배경은 주식투자 외에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캐시카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씨가 운영하는 하나유업은 이번에 롯데손해보험 주식 22억원어치를 샀다. 최소 20억원 이상의 현금동원능력이 있는 회사라는 얘기다. 한씨가 롯데손해보험에 주목한 것도 하나유업이란 회사를 통해 롯데측과 거래가 있는 것이 인연이 됐다.

앞서 에이티넘인베스트 투자로 수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대전의 김미숙씨는 투자종목은 다르지만 스타일은 비슷한 뚝심형 슈퍼개미다. 그녀가 5000만원으로 10년간 15억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해 적게는 몇십퍼센트(%)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금액의 차이도 있겠지만 김씨는 우량주보다 재료가 풍부한 코스닥 중소형주를 주로 샀다. 재료가 있는 종목이 떨어졌을 때 꾸준히 매수, 그 재료로 주가가 급등할 때 파는 식이었다. 일반 투자자와 다른 것은 지분을 공시의무가 발생하기 직전인 4%대까지 매집한다는 것이다.

한씨와 김씨는 이처럼 4%대까지만 지분을 모은다는 원칙을 10년 이상 고수했지만 그 원칙이 깨진 것은 공교롭게도 '물타기' 때문이었다. '손절매'가 투자의 기본원칙이라지만 이를 어기면서까지 투자한 종목에 대한 확신(뚝심)을 가진 덕에 이들은 슈퍼개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뚝심만으로는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슈퍼개미도 있다. 상장폐지를 앞둔 금강제강 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남궁득수씨. 그는 상장폐지가 결정됐음에도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 오너(11.49%)를 제치고 대주주가 됐다. 남궁씨는 상폐 후 금강제강을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살린다는 복안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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