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반면 ‘해하가’는 항우가 해하(垓下)에서 한나라 고조에게 포위되었을 때 형세가 이미 기울어져 앞날이 다한 것을 슬퍼하며 지은 노래다. 위기에 직면한 리더의 자세가 천양지차다. 항우가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 했건만, 때가 불리해 준마도 달리지 않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어쩌면 좋단 말이냐’ 하며 탄식할 때는 파부침주를 결단했던 항우와 같은 인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애조를 띤다.
풍전등화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나쁜 소식일수록 찔끔찔금 전하거나 감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많은 상사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혼자 걱정을 떠안고 고민하는 것이다. 급기야 진퇴양난 궁지에 몰려서야 사실을 공개하거나, 아니면 사실을 그사이 조금씩 흘리는 것이다. 위기를 전달하는 방법으로서는 악수(惡手)다.
직원들이 알아봤자 동요만 하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레 판단하지 말라. 그런 장막 치기가 바로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의식과 고통분담의 의지를 꺾는다. 투명하고 신속한 소통은 직원들의 불안 심리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 혹시라도 위기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면 부하들이 동요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부하들은 위기직면 그 자체보다 불확실한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
“부장님은 동기부여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저희에게 자꾸 모여 기운내보자는 회식은 아예 고문이었습니다. 회사는 가뜩이나 초상집 분위기인데, 퇴근하고 나서까지 서로 얼굴 맞대고 있는다는 게 고역이었지요. ”
어려운 형편에 술 마시고 회식한다고 사기가 높아지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상사의 착각이다. 만일 분위기 반전을 통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회식자리보다 차라리 형편껏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는 게 차라리 효과적이다. 위기때 상황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나름 자신감을 고취하며 그리고 억지회식보다 교육을 통해 재무장을 하도록 하는 것, 리더의 부하에 대한 예의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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