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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적 중용의 리더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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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야누스의 얼굴’ 하면 우리는 흔히 부정적인 면을 떠올린다. 막상 알고 보면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성’의 위선을 뜻하지 않는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야누스신이 다스리던 시대는 황금시대라 불리는 로마문명의 황금기로 평화가 깃들던 태평연월의 시대였다.

1월을 뜻하는 ‘January’란 단어도 과거와 현재를 모두 뜻하는 송구영신의 의미에서 ‘Janus’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야누스는 이처럼 일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보는 전문가로 균형 잡힌 조화를 덕목으로 한다. 말하자면 중용의 신이라고나 할까.
실제 리더십에선 야누스적 면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냉정과 온정, 공정과 인정, 성과와 가치, 과단성과 수렴 등…. 상황에 따라 이 양쪽의 리더십을 균형 맞춰 펼쳐야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얼마전 한 기업에 리더십 강의를 갔을 때 일이다. 대기업 출신으로 중소기업에 스카우트돼 온 신임 임원이 상담을 했다. 목표는 높고 갈 길이 먼데 현실과의 갭이 너무 크다는 토로였다. 대기업만큼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고, 직원의 능력과 의욕이 부족하니 그 갭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한다는 얘기였다. 목표를 향해 아무리 독려해도 성과는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직원들 수준에 맞춰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어 열심히 성과를 내기 위해 전략을 내고 추진할수록 ‘역시 대기업 출신은 중소기업 실정을 몰라’하라고 웅성거릴 때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의욕충천의 신임리더가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90일 안에 장악하라’는 소리를 들은 바 있는 리더들은 ‘박힌 돌’ 부하들과의 샅바잡기에 신경을 쓰며 초기성과를 내서 리더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초조해한다. 하지만 이때 신임리더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초반에 기선을 제압 또는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현장 파악없이 장악하려 강수를 두는 리더는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다. 피터 드러커도 이야기했듯 리더십과 성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조직 장악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성원 파악과 조직문화 파악이다.

샘표식품의 박승복 회장은 창업주인 박규회 사장이 사망한 1976년, 54세의 늦깎이로 경영자로 데뷔했다. 금융통이며 고위 공직자로 뼈가 굵은 그가 샘표식품 경영자로 부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개혁의 힘찬 포효’가 아니었다. 오히려 3개월간 공장을 돌며 분위기를 파악하고 구성원들이 힘든 일은 무엇인가를 알고자 했다.

그는 부임 당시, 100일 동안 조회 한번 하지 않고 공장만 돌았다. 그리고 간장 유리병 박스를 5단으로 쌓아놓는 현장 관행을 4단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단을 낮춤으로써 파손율을 낮추고 이로 인한 수익금을 보너스로 지불해 직원에게 환원하니 ‘미운 오리새끼 낙하산’이 백조 왕자로 비로소 환영받을 수 있었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상담역의 현장파악 경영 역시 참고할 만하다. 그는 제주 신라호텔 초대 사장으로서 그 호텔을 오늘날의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 1989년 신임사장으로 부임한 그가 먼저 한 일은 제주신라를 넘버원 호텔로 만들자고 목 놓아 외친 것이 아니었다.

직원과의 일체감 조성이었다. 속리산으로 워크숍을 가 한마음 한뜻이 되는 종교의식에 버금가는 의례를 치렀다. CEO부터 마음을 열고, 서로 인생스토리를 나누고 어려움을 공유했다. 그 다음에 비로소 제주도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신생 특급호텔이지만, 어떻게 넘버원이란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 토론했다. 결과는? 물론 목표 초과 달성이었다.

목표달성, 성과향상을 위한 전략수립 모두 좋다. 하지만 능력과 열정 넘치는 리더들이 전면과 함께 돌아보아야 할 것은 후면, 구성원들에 대한 세부적인 관찰과 현장 파악이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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