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동에 사는 주부 서영애(61) 씨는 올해 들어 마음 편히 장을 본 날이 없다고 했다. "힘들게 돈 벌어오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매끼 생선도 좀 구워 올리고 싶은데… 좀 비싸야 말이지요."
금반지를 빼고 계산한 신지수 기준 '11월 소비자 물가동향'에서 지난달 물가가 1년 새 4.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8월(4.7) 이후 9월(3.8)과 10월(3.6) 모두 3%대로 떨어졌던 물가가 3개월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섰다. 옛 기준으로 셈한 11월 물가는 신지수 기준보다 0.4%포인트 높은 4.6%에 이른다.
지수 개편 뒤 10월까지의 월평균 물가가 0.4%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연간 물가 상승폭은 정부의 전망치(4.0%)를 소폭 웃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고속도로 통행료가 오른데다 정부가 8월에 이어 이달 또다시 전기요금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뒤라서다. 한 해에 두 번 전기요금이 오르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11월에는 농산물과 석유류처럼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을 제외하고 따진 근원물가도 한 달 새 0.3%, 1년 새 3.5% 올랐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셈 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 지수도 한 달 전보다 0.2%,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과 같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4.5%나 올랐다. 생활물가 가운데 식품은 한 달 새 0.3% 떨어졌지만, 역시 1년 전보다는 5.1% 급등했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높은 이유다. 신선식품지수는 하락세를 보여 한 달 전보다 3.1%, 1년 전보다 4.2% 떨어졌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했던 배추 시세 등이 큰 폭으로 떨어져 신선채소 지수가 급락(18.9%)한 게 주효했다.
품목별로는 한 달 사이 호박(33.9%)과 오이(30.8%), 밤(24.6%), 굴(13.5%), 갈치(5.7%), 우유(8.5%), 남자 정장(4.2%) 시세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대신 배추(-37.7%)와 토마토(-27%), 무(-26.1%)와 돼지고기(-2.9%) 등은 값이 내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고춧가루(97%)와 쌀(18.5%), 돼지고기(14.2%)와 오이(29.3%), 외식 돼지갈비(13.6%) 가격이 많이 비싸졌다. 휘발유(15.1%)와 경유(17.5%), 도시가스(14.7%)와 지역난방비(6%) 등의 인상폭도 컸다. 반면 파(-61.9%)와 무(-58.4%), 배추(-48.3%)와 쇠고기(-9.1%) 시세는 낮아졌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