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예금 급증

10월말 170억9300만달러…전달보다 16.6%↑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권 외화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 기업들이 외화를 미리 사들여 은행에 맡기는 것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외화예금 잔액은 170억9300만달러로 전달보다 24억3400만달러(16.6%)나 많아졌다. 2009년말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월별 증가 폭이다.

이처럼 외화예금이 급증한 것은 수출 호조로 외화 유입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기업들이 달러 값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미리 사들여 외화예금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8월초 1040원대에서 9월말 119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일본·중국과 통화스와프 확대 등으로 하향세를 타 지난달 말 1100원 초반대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이어지고 이탈리아마저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 1120~1130원대를 오가고 있다. 향후 원ㆍ달러 환율이 더 오른다면 달러화 예금에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외화대출은 네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5개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154억5600만달러로 전달보다 7300만달러 줄었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을 우려한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상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서도 이탈리아 불안 등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자 기업들은 열흘 새 2억4000만달러의 외화대출을 갚았다. 10월 한달간 감소액의 3배가 넘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요동치자 기업들이 미리 외화예금에 가입하고 기존 외화대출은 상환해 환차손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