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난달 31일 하루동안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이 외환시장에 8조엔(1020억달러) 가까이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엔화가치는 달러 대비 4.7% 절하됐으며 엔·달러 환율이 75.65엔에서 79.55엔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그러나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한 규모인데다 오래 지속된 디플레이션으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피난처로 간주됐기에 안전자산 수요가 쉽게 떨어져 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경우 스위스프랑화가 유로당 1.0075프랑까지 떨어지며 초강세를 보이자 유로화 대비 프랑화 최저환율 목표치를 유로당 1.20프랑으로 고정하는 초강수를 두어 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 경제 규모는 스위스 경제의 10배 이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렉 깁스 RBS 외환투자전략가는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이 앞으로도 시장개입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그럴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코퍼레이트뱅크 이코노미스트는 “8조엔은 정말 엄청난 규모이지만, 달러를 엔으로 시급히 바꿔야 하는 수출업체들의 수요가 대부분 이를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하브 잘리누스 UBS 선임외환투자전략가는 “스위스프랑·유로의 경우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으며, 그만큼 고평가된 것에 따른 위험부담도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엔·달러의 경우 내재변동성이 크게 낮은 편이었으며 이는 그만큼 시장의 위험부담도 제한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