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솔직히 안 교수의 높은 지지율에는 정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떤 반작용의 힘이 가세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분노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안풍(안철수 바람)'은 개인 안철수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안철수'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됐다고 보는 것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뒤로하고 차기 집권을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무조건 거덜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사사건건 반대만을 일삼고 있는 민주당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지난 집권 시절 자신들이 만들어 타결했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조차 건망증에 걸린 사람마냥 결사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양당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건도 해당 행위 운운하며 폐기하는 해프닝도 일삼고 있다. 한나라당을 흠집 내고 딴지 걸고 어깃장 놓을수록 덩달아 볼썽사나운 정당으로 낙인찍힌다는 것을 민주당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한ㆍ미 FTA 협정의 상세한 내용을 국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를 철폐해서 두 나라 국민들이 좋은 상품을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쯤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온갖 핑계를 대가며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설령 그들의 행위가 충성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변하더라도 그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달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염증만 야기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기존 정치세력 존재 부정의 시대다.
사회는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정보 소통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국민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미디어의 매체요, 개체가 되고 있는 시대다.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사오정 정책'이나 집권을 염두에 둔 편 가르기 식 당리당략만 가지고는 진정한 사회적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다.
아무리 당의 방침과 당 대표의 복심(腹心)이 중요해도 결국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따라서 자신을 국회에 보낸 국민들의 의사가 그렇게 흑백으로 정확히 갈리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처신한다면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국회의 일도 국민의 상식에 맞춰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비상식과 몰염치가 판치는 정치,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정치권을 버린 가장 큰 원인이 아니겠는가.
김언식 DSD삼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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