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승 빼앗은 비·안개가 밉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최대의 적은 '폭우와 안개'.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기업들이 올해는 악천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자연속에서 3, 4일이나 경기를 치러야 하는 골프의 특성상 날씨는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마철인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통상 여름방학에 들어가지만 올해는 이 기간 이외에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기후로 파행 운영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1983년 부산오픈과 1989년 포카리스웨트오픈 등이 2라운드로 축소된 적이 있었지만 1라운드로 마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수들은 총상금의 절반인 5억원을 순위와 상관없이 균등하게 나눠가졌다. 이 대회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로 열렸을 당시에도 악천후로 인해 36홀 경기로 축소됐다.
장마철을 피하면 안개가 최대의 적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특히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5월 제주도 핀크스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총상금 9억원)과 8월 오라골프장에서 끝난 조니워커오픈(총상금 3억원)은 최종 4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커트 반스(호주)와 박도규(41)가 각각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모든 대회가 예비일을 두고 다음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회를 확실하게 운영한다는 점을 본받아야 할 때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은 4라운드 내내 악천후에 시달리자 대회를 하루 연장해 5일째 잔여 3홀을 치른 유소연(21ㆍ한화)이 전날 경기를 마친 서희경(25ㆍ하이트)과 연장전을 치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국내대회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예비일을 둔 대회는 겨우 2개에 불과하다. 지난달 열린 한국오픈과 오는 18일 개막하는 KLPGA투어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 뿐이다. 물론 예비일을 두기에는 비용 등 투자비가 늘어난다. 하지만 하루 연장되는 만큼 TV중계 등 마케팅효과도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메이저급 대회는 예비일을 두고 생뚱맞은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정비할 필요가 커지는 때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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