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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빠와 LG빠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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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최근 6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삶을 마감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어록이 많은 애플빠들의 가슴 끝을 저리게 하고 있다. ('빠'는 특정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찬양 또는 비호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

‘Stay hungry, stay foolish’. 우리말로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라는 정도로 해석이 되지만 그의 인생역정을 보면 그가 말한 갈망 속에는 실제 회사 부도를 우려했을 정도의 ‘배고픔’이 있었다.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애플3나 리사, 넥스트 컴퓨터 등을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애플에서 쫓겨난 후 기술만 보고 인수한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가 수익없이 끊임없는 투자금만 집어 삼키자 그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인출이 지속된 개인통장의 잔고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는 것이 잡스 지인들의 증언이다.

그의 인생역정을 알고 있고 여기에 천재성을 겸비한 혁신제품까지 냈으니 소비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잡스를 투영해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올 3·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적자를 지속하며 기껏 수천억이라도 흑자를 냈으면 다행이라는 것이 증권가와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그런데 사실 속내를 보면 삼성전자도 LCD, TV부문에서 판매부진, 가격하락 등에 시달리며 끙끙대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니 반도체 명가의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 뻔하다.

양 사 모두 내부적으로는 ‘비상’을 외치고 수익력 회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굶주린 사자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회사를 바라보는 일반 국내 소비자의 시각이다.

세계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국내 가전 및 IT 시장은 말할 것도 없이 삼성 아니면 LG다. 품질이 좋아지며 이제 소니나 파나소닉 등은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택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물론 카메라 등 특수분야는 제외다.)

특히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분야는 경쟁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니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굶주린 사자가 아니라 '배부른 코끼리'다.

특히 70년대 계획경제시대에 외국산 물품 수입을 관세라는 철의 장벽으로 막아 국산을 사용토록 유도했으니 삼성과 LG전자 주식이 없어도 이들 회사가 발전하는데 본인들의 기여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이들 회사가 몇 조를 벌든, 적자를 보든 상관없다. 본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회사존재가치의 잣대일 뿐이다. 더욱이 부모세대, 자기세대에서 외국제품 사용을 자의든 타의든 자제해가며 국민들의 희생으로 키운 ‘국민기업’이니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운하기 짝이 없다.

미국인들이 서울에서 ‘애플’ 광고를 보고 감동하지 않지만 한국민은 뉴욕에 걸린 삼성과 LG광고를 보고 코끝이 찡해지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과 삼성전자, 그리고 LG전자의 관계는 소위 ‘빠’라고 불리는 ‘팬’이 아니라 ‘애인’인 셈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삼성과 LG전자는 이 같은 국민적 인식에 함께 공감할까?

“국내 소비자들은 너무 까다롭습니다. 제품 오류나 서비스 미비점에 대해 해외에서는 합리적으로 해결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요. 좋은 점도 있지만 사실 부담스럽죠. 제품 품질이 좋으니 쓰는 거지 안 그런데 굳이 삼성, LG제품 쓰겠습니까? 한편으로 답답하죠.”(A기업 B직원)

“애플에는 그렇게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우리 제품에는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니 억울한 면도 있죠. 애프터서비스만 보더라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데요.”(C기업 D임원)

‘빠’가 없다고 서운해 하고 실수에 엄격하다고 아쉬워할 게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애인’이 누구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다.

사랑과 질투, 집착과 배신은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이다. 사랑과 집착이라는 계란이 깨지면 남는 것은 질투와 배신 뿐이다. 이를 잘 조율해 가며 애인을 조강지처로 만드는 것 또한 삼성과 LG의 능력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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