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들어서만 여러 차례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세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이 더욱 심화되리라는 건 굳이 전문가들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예측이 가능하다.
'백약이 무효하다'는 말을 이럴때 쓰게 될 줄은. 정부는 올 1월과 2월, 8월 등 세 차례나 연거푸 전세 대책을 내놨다. 당장 공급을 늘리기 쉬운 1인 가구를 늘리고 껑충 오른 전세값을 낼 수 있게 전세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것 외엔 눈에 띄는 게 없다.
그 덕(?)에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금융기관의 지난달 말까지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지난해 연간 규모(1조8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올해 늘어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전세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전세대출이 여의치 않은 세입자들의 경우 증액된 전세값 만큼을 월세로 내고 있다. 전세값 1000만원에 최대 10만원까지 월세가 증액되는 관행을 감안하면 반전세 댓가는 연 12%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돌아온다.
추석연휴를 막 끝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연휴 이튿날부터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로 문전성시다. 2~3년 전 1억5000만원 정도이던 방 3칸 짜리 다세대주택 전셋값은 이미 2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시세라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마저도 적당한 매물이 없어 소유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가 위협받고 있다. '배급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대 문화를 빗댄 우스갯소리가 있다. 주택 수급계획과 대책 마련에 실패한 정부는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지...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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