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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지렛대의 유혹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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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3000만원에 신용대출 7000만원을 합쳐 1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때 마침 해당 종목이 상한가를 갔다. 총액 대비 수익률은 15%지만 원금대비 수익률은 무려 50%다. 대략 10년치 은행 이자를 순식간에 번 것이다. 꿈같은 얘기지만 아예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주식시장에는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적절히 빚을 이용하면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로 원금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빚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에서 실시하는 주식매입자금대출 ‘스탁론’(연계신용대출) 규모가 7월말 기준으로 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2009년 6월말 5625억원에서 2년여 동안 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올 7월말 기준, 증권회사의 주식담보대출(신용거래융자 잔고) 6조1273억원을 합치면 빚내서 산 주식은 7조원을 훌쩍 넘는다.

2009년 말 1390이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말 2100선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주식담보대출은 58% 늘었다. 시장이 오른만큼 기대심리도 높아지면서 빚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도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어쩌면 이 기간, 일부 투자자들은 지렛대 효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지 모른다. 이 기간 14만원에서 47만원까지 오른 LG화학이나 1만3000원에서 7만7400원까지 급등한 기이차를 신용까지 끼어 샀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했더라면'식의 가정일 뿐이다. 흐름을 잘 타 신용으로도 돈을 벌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삼성중공업에 피인수된다는 재료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신텍 이 갑작스런 분식회계설로 지난 6일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정지 전 투자자들의 신용잔고는 1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 금융권의 스탁론 등은 제외한 수치다. 국내 최대그룹 계열사에 편입된다던 기대감에 빚까지 내 투자한 개인들의 한숨소리가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 봇물 터지듯 올라왔다.

"어렵게 3000만원을 모았고 여기에 신용대출로 7000만원을 더해 샀는데 한방에 훅 가는 것이 주식인가보다. 이제 파산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용대출을 받아 8만9750주를 주당 2만2700원에 사서 보유 중인데, 왜 나에게는 이런 일만 일어나나. 이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주식시장이 무섭다."

안타까운 사연들이지만 이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 상장폐지되면 신텍 사장을 구속시키고 삼성중공업 앞에 가서 죽자는 주장도 공허할 뿐이다.

'여윳돈으로 주식을 하라'는 얘기는 주식시장에 입문할 때 듣는 단골 레퍼토리다.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종목도 반토막 날 수 있는 곳이 증시다. 투자에는 항상 위험(리스크)이 따른다. 고수익을 노리려면 그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신용으로 대박을 노렸다면 반대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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