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신흥국 증시 이탈..환율도 상승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 김유리 기자]유럽 재정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가 증시에서 자금을 아예 빼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불안이 근본적으로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국내 증시의 수급불균형은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강세 기조를 유지해왔던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약세로 반전했다는 것은 추세상의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증시 수급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매도 보다는 환율”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 건전성 확충을 위해 현금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유럽 금융기관이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서 '환 메리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차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거나 환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반 회사와 달리 글로벌 은행들은 돈을 돌게 만드는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누가 자본을 넣어 줄 것인가 등에 대한 계획이 나올 때까지 유로존 리스크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이머징 펀드'와 '일본 제외 아시아 펀드(Asia ex Japan)'에서는 5주째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펀드의 현금 비중이 낮다는 점도 불안하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현금 확보를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들 펀드의 7월 말 기준 현금 비중은 2%에 불과해 4%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선진국 집중 투자 펀드'와 대조적이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 2008년 6월 이후 5개월간 이들 펀드의 현금 비중은 2.24%에서 4.56%까지 급상승한 바 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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