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dictionary'라는 온라인 사전에 나오는 '학교(school)'에 관한 정의다. 공감을 많이 얻는 순으로 배열되고 현실을 잘 반영하는 재미있는 사전이다.
첫째, 실제적이고 쓸모 있는 것을 가르쳐 달라. 둘째, 학생이 선택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셋째, 지루해서 도저히 배울 수 없으니 새롭고 흥미로운 교수법으로 가르쳐 달라. 넷째, 정보전달의 역할은 그만두고(Google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교사는 학생의 삶의 멘토가 되어 달라. 다섯째, 다양한 멀티미디어 도구를 이용해 상호작용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이런 시각으로부터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21세기가 10년 넘게 지났고 세상의 모든 것이 크게 변했는데도 학교는 여전히 산업시대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학교교육은 상위 10~20%에 속하는 아이들에겐 좋은 대학, 괜찮은 직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딜 만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공부할 동기를 갖기 매우 어렵다.
이런 공교육 시스템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영미의 전문가들은 현 공교육의 수명은 길어야 10년 정도로 본다. 한 예로 케리 페이서 영국 퓨처랩(Futurelab) 원장은 자신의 최근 저서(Learning Futures; Routledge 2011)에서 의무교육 시스템은 곧 종말을 고할 것이며 '2015년까지 고교생의 절반이 학교를 자진 중단하고, 2020년이면 전통적인 교실은 역사적 유적지가 될 것이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히고 있다.
그는 또 "교육정책을 논할 때 학교 시스템을 중심으로 보는 것은 낡은 사고"라며 20년 후에는 학교의 비중이 10%밖에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공교육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 및 교육 생태계의 대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배워야 할 내용과 방식이 변했고 세계화로 생존이 불확실해진 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실제 삶과 관련성이 매우 낮은 점, 학교 울타리 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의 비중이 더 커지고,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고 있는 점, 교육 공급자가 다양화되고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 학습가치가 낮은 내용으로 아이들을 교실에 강제로 앉아 있게 하는 것도 곧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교육으로 가든가 아니면 학교와 교육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현재의 시스템 '개선(reforming)'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공교육 '재설계(transforming)'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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