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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없는 게 아니라 정직한 지도자가 없는 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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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맥스 해스팅스 논설위원 칼럼에서 주장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요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달갑지 않은 진실을 국민들이 대면하게 해야 하는 직분을 지도자들이 수행하지 않는 ‘지도자의 위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자인 맥스 해스팅스(Max Hastings)는 ‘서구가 겪는 정직한 지도자의 위기’라는 제목의 16일자 FT 칼럼에서 “요즘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가 없다는 탄식을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배기지 못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요즘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세대를 구할 처칠과 케네디, 드골, 아데노이어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고 운을 뗀뒤 “처칠 전기 작가로서 답하건대 아무리 시절이 혼란스럽다고 해도 처칠의 부활을 요구할 만큼 끔찍하지 않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전사는 경제 사회문제를 풀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면서 “위대한 사령관 웰링턴은 처참한 총리였으며, 1926년 총파업에 대한 처칠의 대응은 과장됐고 분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권력의 한계가 노출돼 고위직이 보람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중책을 맡은 데 대해 자기 연민을 틀림없이 발작하듯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는 “오늘날 경제문제는 너무나 광대하고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스팅스는 “1990년대 존 메이저 총리의 경험을 비교해 보라”라고 요구한뒤 “고든 브라운 만큼이나 미흡한 총리인 그는 경기침체와 유럽통화제도 퇴출, 발칸전쟁 등 곤란한 일과 치욕을 맛봤지만 이런 것들은 최근 영국에 일어난 사건들에 비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스팅스는 “그의 결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며 그의 재직시 2008년 은행붕괴와 그에 뒤따른 것과 같은 규모의 ‘판을 바꾸는’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스팅스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마찬 가지라고 지적했다. 일부 성추문과 같은 일들이 다수 있기는 했지만 루스벨트와 케네디,존슨 대통령이 그랬고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만큼의 시험을 받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서구 지도자들은 그들 개인의 부족함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하고, “처칠식 수사나 루즈벨트식 계교로 이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가 침체된다고 하더라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유권자들의 응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잘 못됐다는 칼럼니스트 매슈 패리스에 동의한다면서 이는 영국 유권자들이 이것은 정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글로벌 힘의 잘못 때문임을 알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도 덧붙였다.

해스팅스는 그러나 이런 합리성이 영국인과 미국인 유럽인 사이의 표준인 지 의심스럽다면서 특히 “우리는 재난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

그는 “영국 중앙은행 머빈 킹 총재가 최근 한 강연에서 영국은 ‘7년 흉년’의 중간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최근 중앙은행 고위 관료에게 서구의 국가들은 70년 흉년의 초입에 있는 것같다고 말했더니 그 즉시 동의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해스팅스는 이어 “오늘날 지도자가들이 자기네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경제의 미래에 대한 그럴 듯하면서도 암울한 시나리오를 정확히 말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그럴 것처럼, 틀림없이 만병통치약을 주겠다고 날뛰는 경쟁자에게 선거에서 패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해스팅스는 유권자들은 서구세계가 아시아에서 받는 도전을 직면해야 한다는 이론상의 생각은 인정하면서도 변화의 규모와 그것을 충족하기 위한 희생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달갑지 않은 진실을 대면하게 하는 게 지도자의 임무가 아니냐고 말할이지 몰라도 그것이 바로 오늘날 정치인들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스팅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다수 유로존 국가의 채권은 회수 불능이라고 시장이 세상에다 말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국민과 마음으로 하나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해스팅스는 “응석받이 유럽인과 미국 유권자들은 얼마나 많이 나쁜 뉴스를 유념할까?”라고 묻고,“폭탄이 쏟아지지 않는 한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답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선거유세에서 사기꾼이 득세하는 반면, 선량한 사람들은 공직을 얻는데 꼭 필요한 모욕이나 속임수에 자기를 노출하는 것을 주저한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스팅스는 유권자가 더 합리적이지 않으면 오늘날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해스팅스는 통치자들이 영웅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비평가들에게 웰링턴 장군의 부사령관 억스브리지(Uxbridge)경의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칼럼을 끝맺었다. 억스브리지경은 네덜란드-벨기에 기병대 맨 앞에서 서서 돌격 명령을 내리고 프랑스 전선을 향해 100야드 달려갔을 때 그의 부관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하자 멋쩍게 후퇴했다. 메르켈총리도 그의 기분을 알지만 가봐야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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