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하늘 위 호텔' A380여객기 조종사가 된 김익서 대한항공 수석기장(49·사진)은 이 한마디에 모든 소감을 담아냈다. '꿈의 비행기',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1호기의 첫 운항은 비행경력 23년차인 김 기장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국내 단 한대밖에 없는 차세대여객기 A380을 직접 조종한 느낌은 어떨까. 보잉 747, 에어버스 300 등 대표 기종을 두루 거친 김 기장은 "조종간으로 전자게임 하듯 가볍게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며 "날개면적도 길고 넓어져 한결 여유로운 착륙조작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569t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결 업그레이드된 방음처리로 비행 중 어색한 고요함마저 느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조종실 내 종이로 된 각종 규범과 자료가 모두 휴지통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김 기장은 "비행차트, 공항정보, 비행일지 등 조종실 구석구석에 쌓여있던 각종 자료는 이제 A380 조종실 내 컴퓨터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전송된다"며 "여객기가 고장날 경우 실시간 대응책이 모니터에 떠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A380 1호기 도입에 이어 오는 14일 2호기를 인수한다. 김 기장을 비롯해 국내 단 3명에 불과했던 A380 조종사도 추가 교육을 통해 늘어나는 추세다.
중학생 시절 영화 에어포트 시리즈를 접하며 이 세계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는 그는 1988년 대한항공 제주비행학교 첫 훈련생으로 입학, 1991년 졸업 후 대한항공에 바로 입사했다. 1989년 첫 비행 이후 23년간 포커-28, 에어버스 300-600, 보잉 747-400 등을 거치며 총 1만500시간을 하늘에서 보냈다.
김기장은 "시차가 나는 외국을 자주 오가다보니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도 "밤을 새는 비행을 마치고 나면 비록 내 몸은 피곤하지만, 승객들이 편한 표정으로 잘 쉬었다는 듯 내리는 모습을 보며 조종사로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행을 마치는 날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손님들을 잘 모실 수 있도록 주위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는 게 나의 마지막 꿈"이라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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